멜론

한동안 음악을 거의 듣지 않다가 요즘 멜론 서비스 때문에 (덕분에?) 종종 듣고 있다 (Disclaimer: 멜론 서비스는 제가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 구축, 운영하는 서비스이며 따라서 이 글은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밝혀둡니다). 아직 UI나 검색/분류 등 여러가지로 개선할 점이 많지만 최근 급변하는 음악 관련 환경 변화에 대응하느라 급하게 오픈해야 했던 일정을 감안하면 일단 큰 문제없이 서비스되고 있는 것 만으로도 서비스를 기획, 개발한 사람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월 5000원에 무제한으로 스트리밍이나 PC, MP3 플레이어 및 휴대폰에 다운로드해서 들을 수 있다는 파격적인 가격 정책에 대해 음원권자들의 반발도 꽤 있는 모양이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유료 음악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시장이 커질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보는 시각 역시 적지 않은 것 같다. 음반 시장이 사실상 붕괴되어 벨소리와 컬러링에 매출 규모에서 추월당할 처지라는 점과 아직까지 사용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유료화 모델이 없었다는 점에서 음원권자들도 좀 더 큰 시각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적절한 선에서 양보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선 SKT가 자신만의 시장 독식이 아니라 전체 파이를 키우고 모든 이해 당사자들(사용자 포함)에게 적절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한다는 점을 보여줘야 할 텐데 다행히도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멜론이 기대하는 바와 같이 저작권자들과의 협의를 잘 마무리하고 서비스를 꾸준히 개선하여 양성화된 음악 서비스를 일정 규모 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성공한다면, 이것은 물론 비지니스 관점에서의 음악 서비스에도 하나의 이정표가 되겠지만 사용자로서의 내가 보다 관심있는 부분은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Wired 매거진의 “The Long Tail”이라는 기사에서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훨씬 많은 제품을 갖출 수 있는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상점의 등장과, 그 온라인 상점에서의 사용자간 추천 메커니즘에 의해 기존 마켓에서는 일부 인기 상품이 거의 독식했던 매출구조가 온라인 마켓에선 비주류 상품의 비중이 커진다는 얘길 하고 있다.

그런데 단지 더 많은 음악의 구색을 갖춰놓는 것 뿐만 아니라 저렴한 가격에 모든 음악을 아무런 제약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위에서의 꼬리는 더 길고 더 두꺼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멜론같은 서비스는 우리나라 음악 문화의 다양성을 증진시키는데 한 몫 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는 너무 유행에 민감하고 문화적 다양성이 부족하다고들 하는데, 만약 만원씩 내고 CD를 사는 모험을 하지 않더라도, 또 내가 발견해내고 좋아하는 무명 음악을 떳떳하고 편리한 방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그 사람들이 들어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면 멜론은 단지 음악 산업의 회생 뿐만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을 더 풍부하게 하는 역할을 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