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와 부패

얼마 전 직장의 한 동료로부터 이런 얘길 들었다. “나이를 먹거나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발효하는 사람이 있고 부패하는 사람이 있다"고. 슬슬 발효 내지는 부패할 나이에 있는 나에게 너무 와닿는 말이어서 그 얘기의 원전을 한번 찾아보고자 했으나 구글로도, 또는 vivisimo로도 식품의 부패와 발효에 대한 얘기만 수백 페이지 나올 뿐, 내가 들은 얘기와 관련된 것은 찾을 수 없었다. 역시 아직도 검색 기술이 더 발전할 여지는 있는 듯. 연말이 되면서 이래 저래 사람들을 만날 일이 많은 요즘이다. 그 중엔 굳이 부패했다고까지 할만한 사람은 거의 없지만, 더 이상 싱싱하지 않으면서 가치가 점점 떨어져가는 듯한 사람들은 적지 않았다. 험한 세상을 살다 보면 이래 저래 부딪히고 깍이면서 변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어쩌면 미묘한 차이일 수도 있는 변화의 방향에 따라선 시간이 많이 지났을 때의 모습은 포도주가 될 수도, 썩은 포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변화하되 원칙만은 잃지 않는 사람도 있고, 아집만 세져가는 사람도 있다. 자기 자신에게 더욱 철저해져가는 사람도 있고, 남들에게만 철저해질 것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넓고 자유로와지는 사람도 있고 고정관념과 편견만 더 강해져가는 사람도 있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면서도 세상을 깨닫는 사람도 있고, (내가 지금 그러하듯이) 남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하면서 세상에 별 도움도 안되는 글을 쓰는 사람도 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최소한 주위에 악취를 풍기는 사람이 되진 말아야 할텐데, 올 한해를 되돌아보면 아쉬움이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