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 보육원

오늘 약간의 기부를 하러 상록 보육원을 방문했다. 인상이 선해보이는 직원 아저씨로부터 잠깐 얘길 들었는데, 요즘엔 카드빚 때문에 아빠는 달아나버리고 엄마도 빚쟁이들에게 쫓기다 어쩔 수 없이 애를 보육원에 맡기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런 부모들 중 대부분이 재혼하고 정상적으로 살게 되어도 자기 애를 다시 찾으러오지 않는다고 한다. 자기 애를 보육원에 맡겨놓고 맘편히 살 수 있을까? 다행히도 오늘 본 보육원 애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지만, 아무리 보육원에서 잘 해준다고 자기 부모랑 사는 것만 할까. 원래 불우이웃 돕기나 그런 쪽으론 좀 무심한 편이지만 상록 보육원을 방문하게 된 데엔 사연이 있다. 몇 해 전 학교에서 학위를 거의 마쳐갈 때의 일이었는데, 지도 교수님이 나를 불러 할 말이 있다고 하셨다. 대개 학위를 받을 때 지도 교수님께 선물을 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교수님은 나도 그럴 생각이냐고 물으셨다.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하면서 그렇다고 하자, 교수님은 그럴 생각이 있다면 그 돈을 주위의 어려운 이웃에게 쓰라고 하셨다. 결국 교수님의 “지시” 때문에, 평소에 한동네에 있어도 무심히 지나치기만 하던 상록 보육원을 방문했던 것이다. 그 땐 매 해 조금씩이라도 기부를 하리라 맘을 먹었었지만, 돈이 아까워서라기보단 단순히 게으르고 무심해서 몇 년동안 잊고 있다가 이번에 와이프가 한번 하자고 해서 애랑 같이 방문하게 되었다. 상록 보육원은 원생이 약 80명 정도 되는, 작지 않은 규모의 시설인데 오늘 받아온 자료를 보니 일년동안 후원금이 이천 수백만원 정도 밖에 안들어온다고 한다. 이 정도 금액이 우리나라의 다른 보육 시설과 비교할 때 적은 것인지 많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집이나 회사의 씀씀이를 생각해보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액수인 것만은 분명하다. 올해부터 정당이나 국회의원에게 기부한 돈은 10만원까진 세액 공제된다고 한다. 소득 공제가 아니라 세액 공제 - 결국 내가 정당이나 국회의원을 지정하기만 하면 10만원까지는 내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나라에서 세금으로 대신 후원해주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이런 제도엔 분명 긍정적인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제도적 혜택을 정치인들이 자신들에게 보다는 사회 복지 시설에 먼저 주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 선진국에선 우리나라보다 기부 문화가 훨씬 활성화되어 있다는 얘길 자주 듣지만, 미국에 사는 친척 얘기론 소득이 일정 액수일 때 기부를 좀 하는 편이 오히려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꼭 그런 생각으로 기부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제도도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데 한 몫 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