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영화 보기 II - I, Robot
오늘 드디어 혼자 영화를 봤다. 5시쯤 갑자기 자유시간이 좀 생겨서 코엑스 메가박스에 전화해봤더니 I, Robot 5:40분 표가 6장 남아있다고 한다. 코엑스까지 가는 동안 당연히 없어질 것 같기는 했지만, 안되면 그 다음 회라도 볼 작정으로 무작정 코엑스로 갔다. 역시 모니터엔 5:40분 표가 매진된 것으로 나왔다. 카운터에서 혹시나 싶어 물어봤다. “5:40분 표 한장도 안남아 있나요? 혼자인데…” “1명이라구요? 잠깐만요… 딱 한 좌석이 남아있는데요” “그거 주세요.” “1명인가요?” (왜 또 묻는거야?) “네” 1명이란 걸 몇 번이나 확인한 끝에 표를 살 수 있었다. 한자리 남으면 매진 표시를 하는 것으로 보아 역시 혼자 보는 사람이 드물긴 드문가 보다. 옛날에 친구가 심야 영화를 혼자 보러갔더니 극장 전체에서 자기 옆자리만 비어있더란 얘길 했었는데, 과연 내 옆엔 어떤 사람이 앉아 있을까? 혼자 햄버거로 배를 좀 채운 후 자리에 가봤더니, 역시 혼자 온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중년 아저씨가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역시 외국인들은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혼자서도 잘 보나 보다. 영화는 생각보단 재밌었다. 아시모프 로봇 시리즈의 요소를 몇가지 따오긴 했지만, 역시 아시모프 소설의 정교함에 비해 이 영화는 눈요기의 비중이 훨씬 높아서 결코 지적인 영화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최악으로 생각하는 아마겟돈 류의 영화보단 나았다. 블럭버스터에 뭘 더 기대하랴. 암튼 화면은 훌륭했고, 스토리는 영화 보는데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름대로 흡족해하면서 일어서는데, 근처에 있던 어떤 여자가 말하는 것이 들렸다. 여자: “어휴, 지겨워서 혼났어요.” 남자: “…. 그, 그렇죠? 좀 지겹네요.” 도대체 지겹다고는 할 수 없는 영화였는데… 혼자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AVP역시 혼자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