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7400

일주일쯤 전에 휴대폰을 SK텔레텍의 IM-7400으로 바꿨다.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사용하던 삼성 X850이 속도가 너무 느려 답답해서였다. 얼마 전부터 ARM9 코어를 갖는 MSM6x00 계열 칩셋을 사용하는 휴대폰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조만간 바꿔야겠다고 생각해오고 있던 차에 회사에서 프로젝트의 테스트폰으로 IM-7400을 사용하게 되어 한번 써보고 난 후 이 모델로 결정했다. 사실 이번엔 LG폰으로 바꿀 계획이었다. 그동안 쭉 삼성폰만 써왔는데, 회사에서 휴대폰 UI를 전문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의견도 그렇고 내가 보기에도 UI에 관한한 LG가 가장 나은 것 같았고 H/W의 내구성도 많이 나아졌다는 평이어서 이번에 바꿀 땐 LG폰으로 바꾸려 했었다. 근데 SD-330/350은 너무 비싸기도 하려니와 무엇보다도 너무 크고 무거워서 싫었다. 회사의 다른 프로젝트에서 SD-340을 사용했기에 많이 만져봤는데, 매우 실용적이고 괜찮은 폰이었지만, - 생긴 것이 맘에 안들었고 - KTF와 LGT의 동일 모델에는 있는 메모리 슬롯이 없다는 점 이 맘에 걸렸다. 특히 이번에는 ARM9과 함께 EV-DO도 한번 써보고 싶었기에 결국 MSM6500을 사용하는 몇 안되는 폰 중의 하나인 IM-7400으로 결정했다. 근데 정작 구입해서 하루쯤 써보고 나니 회사에서 테스트폰을 만져볼 때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테스트폰으론 주로 데이터 서비스만 써보면서 EV-DO와 ARM9의 속도에 감탄하고 있었는데, 내 폰으로 IM-7400을 구입해서 음성 통화를 해보니 이 슬라이드 폰이라는 것이 기존에 쓰던 폴더형에 비해 훨씬 불편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지 주머니에 넣을 때도 가끔 슬라이드가 밀려 올라가기도 하고, 반자동이라고 해도 한손으로 밀어 올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웬만큼 익숙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폴더만은 못하다. 음성 통화의 편의성이 가중 중요한 사람이라면 역시 폴더 이상은 없을 듯. 예상했던 바이지만, 역시 데이터 서비스의 속도는 이전에 쓰던 ARM7, CDMA2000-1X와 비교가 안되었다. 웬만한 WAP 페이지는 거의 바로 뜨고, 멜론의 MP3 파일을 무선으로 받는 것도 수십초면 된다. 시험삼아 노트북에 무선 모뎀으로 연결한 후 회사 서버에 ping을 해보니 latency가 1백 수십 ms 밖에 안된다. 물론 아직도 유선 네트웍에 비하면 latency가 꽤 크지만, 예전 1X가 수백 ms였던 것을 생각하면 역시 EV-DO가 좋긴 좋다.
휴대폰을 바꾸고 나니, NATE Drive의 단말기도 바꿔야 했다. 좀 불합리해 보이긴 하지만 기존 구형 단말기로 NATE Drive를 이용하던 고객이 신형 단말기를 구입할 때 아무런 보상이 없을 뿐더러 해지 후 2개월이 지나지 않으면 rebate도 없다고 한다. 그래도 신형 일체형 (소위 “compact”) 단말기가 가격이 많이 비싸진 않아서 다행. 설치하는 것이 어렵진 않았는데, 구형이 휴대폰 아래 케이블만 연결하면 되었던 것에 비해 이번 것은 이어폰 잭까지 별도로 연결해야 하는 점이 불편했고, 기존 Java로 구현되었던 프로그램에 비해 WIPI/C로 구현된 버전의 기동 시간이 훨씬 빠른 점도 좋았지만, 음성 안내는 스피커가 크고 단어 사이의 이음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지난 버전이 더 나았던 것 같다. 안테나도 단말기 일체형이어서 감도가 혹시 나쁘진 않을지 좀 걱정했었는데, 의외로 금방 위성을 찾는다. 교차로에서 지도를 보여주는 것도 개선된 점이지만, 화면이 작아서 썩 편하진 않다. 내가 휴대폰을 새로 구입하면 먼저 하는 일 중의 하나는 벨소리를 스타워즈 테마 음악으로 바꾸는 것. 스타워즈 음악은 벨소리로 제공되지 않고 있기에 (라이선스하기가 어려울 듯) 직접 만들어 넣어야 한다. 기존 X850을 사용할 때엔 MIDI 파일을 구해서 MA2 형식으로 바꿔 넣었었는데, 이번엔 한번 원음벨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난 그동안 막연히 원음벨이라는 것이 임의의 WAV 파일을 매우 복잡한 알고리즘에 의해 신세사이저의 파라미터로 바꿔서 수십개의 MIDI 채널에 실어 최종적으로 나오는 소리가 원음과 거의 가깝게 되는 것인 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예전에 PCM 지원 사운드 카드가 일반화되기 전에 게임에서 이런 방식을 쓰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냥 ADPCM 형식으로 데이터를 실을 수 있는 채널이 있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데이터 양은 상당히 커지게 되어, 100KB 한도 내에선 그다지 고품질의 벨소리를 만들기가 어려웠다. 샘플링 주파수를 11KHz로 낮추고 길이도 18초로 줄인 후에야 겨우 크기 제한에 맞출 수가 있었는데, 그래도 예전의 MIDI 버전보단 훨씬 나았다. 의기양양하게 회사 사람들에게 들려줬더니, 감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다들 “그럼 그렇지 이 음악 아니면 뭐겠어…“라는 반응이었다. 나도 이젠 좀 이미지 개선(? 변신?)을 해야 할 때가 되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