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eType, 한글과 영어, 키보드와 키패드

무선 이메일 단말 BlackBerry로 유명한 Research In Motion에서 새로운 키보드 입력 방식인 SureType을 내놓았다. 아이디어는 기존 하나의 키에 ABC순으로 3개의 알파벳을 할당하던 것을 컴퓨터 키와 같은 배치(QWERTY)로 2개씩만 할당하고, 사용자가 단어를 입력해감에 따라 두개 알파벳 중 어느 것인지를 소프트웨어적으로 판단, 자동으로 교정하는 것이다. 아직 시장의 평가가 나오긴 이르지만 리뷰에 따르면 꽤 실용적인 것 같다.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각각 인기있는 PDA 혹은 스마트폰들을 보면 몇가지 차이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키보드의 차이이다. 우리나라에선 QWERTY 키보드를 장착하고 있는 제품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렵고 최근 나오고 있는 스마트폰들(rw6100, x301, sc8000등)에도 휴대폰 스타일의 키패드가 달려있을 뿐이다. 반면 미국에서 인기있는 BlackBerry나 Treo등은 비록 작긴 하지만 QWERTY 형식의 키보드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SMS의 사용량등을 보면 텍스트 입력의 필요성이 작은 것은 아닌데, 왜 QWERTY 형식의 키보드는 시장에 나오지 않는 것일까? 가설 1: 우리나라 사람들은 작은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QWERTY 키보드가 들어갈 공간이 없다. 이건 Treo와 rw6100의 크기를 비교해보면 별로 설득력이 없다. 가설 2: 한글의 경우 10개 (혹은 12개)의 키만으로 입력해도 별로 불편하지 않다. 한글의 자소(24)가 영어 알파벳(26)보다 좀 적기는 하지만 복자음, 복모음 때문에 결국 영어의 경우보다 키패드를 누르는 횟수가 적은 것 같지는 않다. 영어의 경우 같은 키에 할당된 두개의 알파벳을 연이어 입력하려면 타임아웃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이건 천지인의 경우도 그렇다. 가설 3: 어딘가에서 읽은 내용인데, 미국에선 어려서부터 타이프치는 것을 배우기 때문에 QWERTY 키보드에 익숙하고 이걸 계속 원하지만, 그만큼 어려서부터 타이핑을 사용하지 않는 아시아나 유럽 사람들은 다른 입력방식에도 쉽게 적응한다. 일리있는 듯 하고 반박하긴 어렵지만, 썩 설득력이 있지도 않다. 가설 4: 유럽이나 아시아에서는 새로운 입력 방식에 쉽게 적응할 수 있고 입력 방식의 약간 불편함보다는 새로운 gadget의 외관을 더 중시하는 젊은 층이 이런 제품의 소비를 주도하지만 미국에선 좀 더 나이가 많은 비지니스맨들이 소비를 주도하고 이들은 약간 크기가 커지더라도 QWERTY 방식을 계속 원한다. 주로 SMS를 사용하는 유럽과 한국의 젊은 층은 한 두 문장의 짧은 메시지만 입력하면 되지만 미국의 비지니스맨들은 그보다 좀 더 긴 문장을 이메일로 보낸다. 각 시장에서 SMS의 사용량 및 무선 이메일의 활성화 정도를 생각하면 가설 4가 좀 더 그럴듯해보인다. 어쨌거나, 우리나라에서도 휴대폰 혹은 스마트폰에서의 한글 입력 방식의 개선이 필요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직까진 삼성의 천지인이나 LG의 입력 방식(뭐라더라…)이 가장 낫다고들 하고 새로운 방식이라고 해도 거기서 거기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SureType과 같이 새로운 배치의 키패드(키보드?)를 사용하는 보다 편리한 새로운 입력 방식이 나오지 않으란 법은 없다. 한글은 자소의 조합 방식이나 띄어쓰기등이 영어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영어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고 따라서 별도로 특허를 받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얼마 전 방향키 4개만 갖고 모든 문자를 입력하는 방법에 제안된 적 있으나 입력 효율이나 속도라는 점에서 보면 사용하는 키의 수를 줄이는 것은 정답이 아닌 것 같다. 이젠 휴대폰 시장도 게임폰 등 점차 차별화된 폰이 나올텐데, 텍스트 입력이 좀 더 강화된 폰이 나오는 것도 기대해볼 법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