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우연, 믿음 그리고 예산수립
Wired의 My IPod for a Random Playlist에서 글쓴이는 MP3 플레이어에서 음악을 무작위(random)으로 들을 때의 경험을 얘기하고 있다. 무작위로 나와야 하는데, 제대로 무작위화(randomize)가 안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 결국 그것은 MP3 플레이어의 pseudo random number generator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확률이 수학적인 확률과 다르다는 것이 원인. 일예로 한 방에 23명이 있을 때 이들 중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이 50%가 넘는다고 한다. 역시 잘 믿어지지 않으므로 잠깐 검사해보자. 두번째 사람이 첫번째 사람의 생일을 피해갈 확률이 364/365, 세번째 사람이 먼저 두 사람의 생일을 모두 피해갈 확률이 363/365, … 그러므로 23명의 생일이 모두 다를 확률은, Python을 이용해보면: >» reduce(lambda p, i: p*(365-i)/365, range(23), 1.0) 0.49270276567601445 위의 경우와 같이 실제로 계산해보면 대충 감으로 생각한 것과는 다른 경우가 꽤 있다. 어떨 때는 아무리 객관적 사실을 알더라도 그걸 적당한 이유로 덮어버리고 느낌에 따라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경우도 많다. 지표를 가진 태양계의 모든 행성 표면을 뒤져보면 오른쪽 사진 정도의 지형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할텐데 이걸 갖고 대단한 증거인양 믿는 사람들도 있다. 미신이나 종교의 일정 부분, 징크스, 터부 등과 같은 것들이 이런 식으로 생겨나거나 강화된다. 개중에는 이런 잘못된 생각을 적극적으로 고쳐주려는 사람들도 있다. Scientific American의 Skeptic이라는 컬럼을 쓰는 Michael Shermer가 그런 사람. 그 글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얘기가 있다:
평균적으로 당신이 아는 사람 중에 1년에 10명이 사망하고, 당신은 아는 사람을 평규적으로 1년에 한번 생각한다고 하자. 그러면 약 3억명의 미국인 중 1년에 77명은 어떤 사람이 죽는 5분 동안에 그 사람을 우연히 생각한다. 이런 믿기 어려운 경험을 한 사람 중 일부는 공공연히 그 얘기를 하게 되고, 결국 사람이 죽을 때 영혼이 다른 사람을 방문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게 된다.
Miracle on Probability Street, August 2004, Scientific American
우연히도(?) 이 글을 쓰게 된 동기인 앞의 와이어드 뉴스를 읽기 조금 전에 잭 웰치의 “위대한 승리"에서 재무적으로 정교한 전략과 예산 수립에 대해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글을 읽었다. 나도 재무쪽에 워낙 무지하고 수많은 가정을 넣어 숫자 계산하는 것을 안 좋아하기 때문에 잭 웰치의 글을 읽으면서 “그러면 그렇지, 이런게 중요한게 아니지"하고 맞장구를 쳤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냥 감으로만 생각해보기 보다는 많은 가정이 있더라도 숫자를 한번 계산해보는 것도 필요하겠다. 물론 잭 웰치는 그런 건 다 마스터한 후에야 별로 중요치 않다고 얘기하는 것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