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 SF, Mundane SF
Mundane SF Manifesto (“현실적인 SF 선언” 정도로 번역되나?) - Slashdot으로부터. 나는 hard SF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해서 위의 사이트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FTL(Faster Than Light: 초광속)이나 평행 우주, 시간 여행이나 지적 외계인과의 접촉의 가능성을 SF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아인시타인이 상대성 이론에서 초광속 비행의 가능성을 부정했지만, 그는 불확정성 이론도 믿지 않았었다. 시간 여행이 불가능해보이지만 , E=mC^2를 모르는 사람에겐 항성이 수십억년동안 빛나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주의 90%가 도대체 어떤 물질인지 (아니면 물질이 아닌지) 조차도 모르고, 모든 사람의 머릿속마다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의식이 뭔지도 모르는데, 왜 굳이 소설에서까지 지금 알려진 과학으로 상상력을 제한하려들까. 나는 우주선이 지나가면 소리가 나고, 모든 별의 중력이 대충 비슷하고, 외계인들이 모두 인간형으로 생겼고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다. 그런 것까지 따지면 별로 볼 영화가 없으니까. 또 그런 것을 너무 사실대로 그리자면 재미가 없거나 영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을 아니까. 그리고 SF에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과학적 사실성보다는 잘 짜여진 스토리이니까.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것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건들거리는 유전 굴착 기사들을 며칠만의 훈련으로 우주에 보내고, 자기 아버지가 조금 전에 죽었는데 애인이 살아왔다고 환호하는 그런 영화들이다. 또는 지구인은 항상 옳고 외계인은 (앞선 문명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짧고 충동적이어서 지구인의 훈시를 듣고서야 자기네끼리 평화롭게 사는 법을 알게 된다던가, 우주선에 선원에 수백 수천명이 있는데도 항상 위험한 일에 선장과 측근 몇 명이 앞장서고 일이 터지면 그 중에서 단역들만 죽는데 그들의 죽음에는 그다지 신경쓰지도 않는 그런 영화들이다. 다시 말해 SF에서 S를 배제하고 보더라도 엉성한 그런 영화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SF는 비록 FTL같은 중요한 몇가지에 대해선 그냥 믿어주길 바라지만 나머지 디테일을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이 정도 노력했으니 더 이상 따지지 말고 스토리에나 신경써라"라고 하는 류이다. Hard SF와 팬터지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긴 어렵지만 굳이 내 기준으로 나눠보자면 스타트렉이나, 재밌게 보긴 했지만 스타워즈는 이 경계선 밖에 있는 영화이고, 안쪽에 있는 영화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당연!), 컨택트, 딥 임팩트등이다.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는 영화가 바빌론 5 정도? 이번 War of the Worlds도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만 그럴싸"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