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true! Intel Inside [Mac]!

지난 몇 주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애플의 인텔 CPU 채택설이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사진은 WWDC 2005 키노트의 한 장면. 스티브 잡스가 그동안의 소문이 사실임을 인정하는 순간인데, 누가 봐도 인텔의 로고를 패러디한 것이 재치있다 (참고로 이 사진은 640x360, 약 500~600Kbps의 H.264 스트림을 캡쳐한 것. 이번 WWDC부터 이 포맷으로 스트리밍하는 듯하다). 아래 사진은 자기네 회사가 나와있는 위성 사진을 보여주면서 “바로 여기서 비밀리에 인텔 버전의 OS X를 개발해왔다"고 너스레를 떠는 스티브 잡스.

사실 그런 소문을 듣고도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플랫폼을 바꾸는 비용과 위험에 비해 얻는 성능 향상의 폭이 너무 작기 때문이었다. 지난 번의 68K에서 PowerPC로의 변경은 CPU의 성능 차이가 워낙 컸기 때문에 새로운 플랫폼에서 에뮬레이션만으로도 이전 플랫폼의 성능을 초과할 수 있었지만, Pentium과 PowerPC의 성능 차이가 그렇게까지 크지 않고 특히 Altivec을 그렇게 에뮬레이션할 수는 없을 것이었기 때문에 근거없는 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만약에 바꾼다면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멀티미디어 성능 향상이 더 크게 기대되는 Cell 프로세서가 아닐까 했었는데… 아뭏튼 스티브 잡스에 의하면 내년도 로드맵상 인텔 프로세서의 MIPS per watt가 PowerPC의 그것보다 5배가 크다고 하니, 인텔의 신병기가 있는 듯도 하다. 키노트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이번의 플랫폼 변경은 맥으로선 세번째이다. MS의 윈도우스 역시 3.x에서 95/98, 또 NT계열로 몇번의 변화를 겪기는 했지만, CPU를 다른 아키텍쳐로 바꾼 적은 한번도 없었고 윈도우스의 아키텍쳐 변경도 항상 호환성을 최우선으로 하여 Longhorn에서 DOS 프로그램이 아직 실행될 정도인 것이 비하면 맥의 경우는 플랫폼 변경에 훨씬 과감하고 호환성 유지에 대해서도 MS만큼 집착하지 않는 것 같다. 한마디로 따라올 사람들만 따라오라는 것. “How Microsoft Lost the API War”에서 Joel Spolsky는 요즘의 MS가 예전만큼 호환성을 중시하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그 글을 읽고나면 역설적으로 그동안 MS가 호환성에 얼마나 집착했었는지 알 수 있다. 그 결과 10년전의 프로그램도 거의 다 돌릴 수 있는 호환성을 확보했으나 동시에 개발 속도의 저하와 bloatware를 초래했다. 사람들이 애플리케이션의 업그레이드도 예전만큼 자주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도 소프트웨어 업계 전체로 볼 때 또하나의 부작용 (물론 소비자 입장에선 좋은 것이지만). 애플의 경우엔 (Linux도 마찬가지지만) 하드웨어나 애플리케이션의 업그레이드를 강제하는 OS의 업그레이드에 더 과감했고 이는 자사의 하드웨어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과 함께 MS에 비해 훨씬 적은 개발 인력으로도 경쟁력있는 OS를 키워나갈 수 있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1년마다 $125씩 내야 하는 OS 업그레이드를 불평없이 따라준 열성적인 추종자들이 있었다는 점도 과감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었던 한가지 요소. 그런 점에서 스티브 잡스의 RDF는 애플에게 매우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애플의 이번 도박에도 사람들이 따라줄지는 앞으로 두고봐야겠지만, 나는 돈이 좀 들더라도 고칠 것은 고쳐나가는 플랫폼이 더 좋다. 도대체가 보안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선언하고 몇년이 지나도 인터넷도 맘놓고 쓸 수 없는 플랫폼, 설치하고 나면 스스로 이 제품은 보안이 취약하니 별도 제품을 추가로 구입 설치하라고 권장하는 플랫폼을 어떻게 믿고 쓸 수 있겠는가? 인텔의 CEO가 보안 위험을 피하려면 맥을 사라고 했던 것은 결국 이번 애플의 인텔 CPU 채택 선언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음이 거의 분명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공감이 가는 얘기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윈도우즈가 아닌 OS로도 인터넷을 제대로 쓸 수 있게만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