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 of the Worlds

오늘 아침 조카애와 함께 War of the Worlds를 봤다. 지난 주 미국 출장때 보고나서 스토리가 너무 엉성한, 돈과 배우가 아까운 기대 이하의 영화였다고 같이 본 사람들에게 얘기했지만 머리에서 쉽게 떠나지 않는 장면과 느낌이, 결국 극장에서 한번 더 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만들었다.

다들 아카데미 음향효과상은 맡아놓았다고 할 정도의 음향과 1.85:1의 화면 비율이 필수적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만큼 트라이포드의 높이감을 잘 살린 화면, 상영시간의 80% 정도는 숨죽이고 있게 만드는 스필버그의 재주는 일주일만에 다시 봐도 역시 좋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말이 안되는 몇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 원작에 충실하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하겠지만, 외계인들이 세균에 그토록 무지했었다라는 것 외엔 대안이 정말 없었을까? 세균에 의한 외계인 격퇴라는 아이디어를 똑같이 차용한 “V"에서도 그냥 아무 세균에나 무방비로 당한 것은 아니었다. 원작이 처음 쓰여졌을 때야 세균 얘기가 신선했겠지만 원작으로부터 트라이포드가 지구에 도착하는 방법을 바꾼 것처럼 결국 세균이었다고 하더라도 조금 더 정교한 이유를 제공해줄 순 없었을까?

- 몇백만년전부터 트라이포드가 묻혀 있었다고 하는데, 뭐하러 인류가 비행기 만들고 로켓 만들 때까지 기다렸을까. 함께 영화 본 조카는 “안그러면 너무 재미 없으니까"라고 하던데… 그렇게까지 깊이 묻혀 있는 것 같지는 않던데, 석탄 캐고 기름 찾는다고 그렇게 땅을 많이 뚫고 분석했는데 어떻게 한 대도 발견되지 않았을까.

- 조카애가 생각해낸 것인데, 구름 위에서 번개를 이용, 캡슐로 조종사들이 트라이포드에 내려왔다면 하늘 혹은 우주에 모선이 있을 것이다. 이 모선의 외계인들은 아직 세균 감염이 안되었을 것이므로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를 이를 빌미로 2탄이 나오려나?

- 실드가 있어서 어떤 공격도 막아내다가 실드만 없어지면 일반적인 재래식 무기에도 쉽게 당한다는 것은, 뭐 가능한 설정이긴 하지만 인디펜던스 데이나 스타워즈에서 하도 많이 봐 온 것이라 좀 식상하다.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할 순 없었을까?

- 외계인들의 장비는 트라이포드 단 한가지. 공군도 없고, 진지를 구축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다른 나라 혹은 행성을 침공할 때 어떻게 할 지를 생각해보면 너무 어설픈 설정. 이 역시 원작에 충실하다는 변명이 가능하겠지만 내게는 역시 무성의로 보일 뿐.

돈을 그렇게 많이 써서 영활를 만들면서 각본 쓰는데 조금 더 쓰면 안되나? 위에 열거한 문제점들을 그럴싸하게 해결해 줄만한 사람들은 많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