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형 컴퓨터

얼마 전부터 어머니가 예술의 전당에서 디지털 카메라와 포토샵을 배우기 시작하셨다. 기존에 사용하시던 컴퓨터가 포토샵을 사용하기엔 무리라서 최신 모델로 업그레이드해드렸는데, 예전에 쓰시던 몇몇 애플리케이션을 새 컴퓨터에 다시 설치하고 데이터를 옮겨드리느라 몇시간을 끙끙거리고 있을 때의 대화: 어머니: 나는 그거 봐도 뭐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나: 원래 쉽지 않은 거예요. 제가 해드릴테니 그냥 쓰세요. 어머니: 그러면 남들은 어떻게 컴퓨터 업그레이드하냐? 나: ….. 그래서 잘 안해요. 오늘 engaget에 올라온 뉴스에, 월 $12.95에 항상 최신 상태를 유지하는 OS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가 소개되었다. zonbu_comp.jpg 일반인들이 힘들어하는 컴퓨터 관리를 대신 해주면서 적당한 비용을 월정액으로 받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생각이어서 아직까지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하드웨어를 함께 제공하는 것은 사용자의 초기 비용을 낮춰주기도 하지만 하드웨어를 통일하여 누군가의 손이 많이 갈 수 밖에 없는 컴퓨터 관리에 있어 관리주체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주는 효과도 있다. 물론 이 방식으로 제공하기 어려운 게임이나 특별한 용도의 소프트웨어들이 있을 수 있으나, 그런 걸 필요로하지 않는 사용자들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왜 아직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별로 없을까? 내 기억으로도 여러 시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현재 성공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는 없는 것 같다. 서비스 산업의 시대가 도래한다고도 하고, 기업들은 다들 recurring business model을 선호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가입형 상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예를 들어 NATE Drive와 일반 (TPEG이 없는) 네비게이션을 비교해보자. 거치대는 필요없거나 거의 공짜로 받을 수 있고 월9천9백원이면 다른 추가 비용 없이 교통정보에 기반한 길안내를 받을 수 있는데, 3년에 35만원 정도라면 일반 네비게이션의 H/W 수명이나 가격을 생각할 때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가격이다. 물론 화면이 작다는 단점이 있으나, 대신 실시간 교통정보가 반영된다는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도 서버 기반의 서비스로서 맵이나 과속 카메라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수고가 필요없다. 하지만 주위에 이 서비스를 추천해주면, 대개의 경우 매달 얼마씩 내야한다는 것에 대해 막연한 반감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좀 다른 이유가 있기는 하나 무제한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가입형 서비스보다 낱개로 음악을 판매하는 서비스가 더 인기있기도 하다. 과연 소비자들이 가입형 상품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 스스로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일까, 아니면 산수를 잘 못하기 때문일까 (복권의 경우를 보면 산수를 잘 못하는 사람이 무척 많다) 또는 가입형으로 제공되는 상품이 흔히 가지는 단점(다양한 옵션의 부재나 저품질 상품/서비스의 제공등) 때문일까. 하지만 길게 보면 시간의 가치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대신 관리해주는 서비스의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경향이 높아지는 것은 필연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