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정전

지난주에 블랙베리 서비스가 10여시간 중단되었던 일을 보면, 미국 사회가 얼마나 블랙베리에 의존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번 서비스 중단 사태가 지난 주 화요일 저녁부터 수요일 아침까지 10시간 정도였다는데, 인터넷 전부가 영향을 받은 것도 아니고, 전화가 아예 안된 것도 아니고 그냥 무선 이메일이 주로 근무 외 시간에 지장을 받은 것이었는데도 언론에 이 정도로 보도된 것을 보면 단지 블랙베리의 사용자가 많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근무 시간 외에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긴 집에서 너무 많이 사용해서 블랙베리 고아라는 말이 있다고도 하고, 요즘 미국에 가서 본사 사람들과 저녁 식사라도 하다보면 테이블에 올려놓은 블랙베리(또는 블랙잭 같은 윈도우스 모바일 디바이스)가 수시로 반짝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미국 시간으로 근무 시간이 지난 후에 보내는 메일에 대해서도 웬만하면 금방 답장이 오는 경우가 많은 이유 역시 야근 때문이 아니라 블랙베리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무선 이메일이 잘 안쓰이는 이유에 대해 이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아직도 회사원의 평일 저녁시간이 야근 아니면 술자리로 대부분 채워진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일 것 같다. 하긴 정 필요하면 문자로라도 보내니까 그런 점에선 대체재가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시간을 좀 더 플렉서블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무선 이메일을 널리 활용하는 미국이 부럽지만, 퇴근한 후에도 긴급하지도 않은 메일까지도 실시간으로 받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 반드시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