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향해 쏴라

map.png 우리 회사 부근은 광화문에서 버스 한 정거장 거리밖에 안되는데도 몇몇 큰 건물 외에는 다 허물어져가는 기와집이 즐비한 - 그래서 골목 이름도 “토담길” - 21세기의 서울과 참 안어울리는 그런 곳이다. 지하철이 두 노선이나 지나가는데도 개발이 안되는 것이 인근의 프랑스 대사관 때문이라고도 하고, 철도길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아뭏튼 점심 때 걸어갈만한 거리에는 손님을 모실만한 번듯한 식당이 거의 없다는 것이 불편한 점 중 하나였는데, 언젠가 “충정각"이라는 이름의 그럴싸한 분위기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생겼다. 첨엔 “이 동네 식당이 분위기 낸다고 해봤자…“하고 무시했으나 점심 메뉴는 썩 비싸지도 않고 해서 한중일식이 지겨울 때 종종 들르는 곳 중의 하나가 되었다. 오늘도 외부에서 손님이 와서 충정각에 갔는데, 1층에 자리가 부족하여 2층에 올라갔더니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BMT.jpg 무려 전투 헬리콥터(위의 사진은 다른 곳에서 찾은 것. 충정각 2층은 절대 저렇게 넓지 않다)! 꽤나 특이하고 정교하여 동료들과 과연 저 옆에 달려있는 터빈이 이륙할 때에도 사용되는 것인지 논쟁하고 있는데 누가 다가와서 “이건 지금 전시 중인 작품이고 제가 큐레이터인데 설명해드릴까요?“라고 한다. 그래달라고 했더니 본체는 바나나 우유, 터빈은 요구르트병을 나타내는데, 예전 우리나라에 분식이 처음 도입될 당시 동양인 중에는 유제품이 체질에 잘 안맞는 사람이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서구식 체형으로 만들기 위하여 “전투적"으로 우유가 반강제적 배급되었던 것을 상징한다고 했다. tomorrow.jpg 점심을 먹고난 후 이번 <내일을 향해 쏴라>전의 다른 여러 작품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미술쪽으론 영 문외한인 무식한 공돌이에게는 그저 “특이하네”, “기발하네” 정도의 생각 밖에 들지 않았으나 그 중 그래도 맘에 들었던 것은 아래의 작품 <옆집 사람들>. simpson.jpg 아뭏튼 오랫만에 그것도 회사 부근에서 예술 감상을 하게 되니 찌든 머리에 비타민이라도 공급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