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gle Wave

Google Wave를 보면서 구글의 기술력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했지만, 이메일을 대치하겠다는 대담한 (혹자는 오만하다는) 시도가 성공할지는 사실 미지수이다. 기술의 진보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통신 방식이 계속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Google Wave는 특히 실시간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개방 플랫폼 등 최신 트렌드를 모두 반영하면서 이메일과 IM, Wiki를 결합하고 거기에다 환상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스펠 체커와 실시간 번역기능까지 붙여놓아서, 데모 비디오를 보고 있자면 계속 감탄사 밖에 안나온다. 그런데 과연 이메일과 IM, Wiki를 하나로 합치는 것이 구글러나 비슷한 류의 사람들이 아닌 일반 대중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른 통신 수단은 각각 다른 제약을 가지지만 그 제약 때문에 특정한 상황과 용도에 더 잘맞는 수단일 수 있다. IM은 이메일보다 웬지 더 개인적인 것 같고, SMS는 인사 치례없이 딱 할 말만 해도 양해가 된다. 이메일은 즉시 답하지 않아도 별로 눈치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Wave의 경우는 이런 제약이 하나도 없다. 과연 모든 기능의 superset을 가진, 그러면서도 별로 단점은 없어 보이는 통신 수단을 사람들이 반기고 받아들일까? Google Wave의 또 다른 측면은 SN (Social Network) 툴로서의 가치이다. Wave는 그 자체로 이미 폐쇄적인 ad hoc SN의 특성을 갖고 있으나, Wave를 embed할 웹페이지만 있으면 당장 퍼블릭 SN 플랫폼으로 변할 수 있다. 사람들간의 관계를 정의하는 방식에 있어서 이메일과 거의 비슷한 semantic을 갖는 Wave가 SN 툴로서 사용될 때, “이 사람과 친구입니까? (Y/N)” 식으로 인간 관계를 단순화 시켜버리는 기존 SN에 비해 loosely-coupled된 유연한 SN이 형성될 수 있다. 처음부터 다양한 플러그인을 지원하고 media-rich한 웹 기반의 통신 수단으로서 Wave는 기존 이메일을 대치하기보다 새로운 실시간 SN의 기반 플랫폼으로서 먼저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 GWT가 널리 사용될 것이라는 점이다. GWT는 기술의 우수성에도 불구, (특히 구글의) 메이저 서비스에 적용된 적이 없기 때문에 완성도나 안정성, 그리고 앞으로 지속적인 개발 여부 등에 대해 확신을 가지기 어려웠는데 이번에 Wave에 적용되면서 그 기능의 극한을 보여줄 수 있었고, 구글이 앞으로도 계속 이를 유지 발전 시킬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