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lerable Wait Time

구글만큼 스피드에 집착하는 인터넷 회사도 많지 않을 것 같다. 구글의 검색도, 메일도 처음 나올 때부터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속도였지만 자사 서비스 뿐만 아니라 웹 전반의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그걸로 모자라서 역시 빠른 속도를 가장 큰 특징으로 하는 브라우저를 직접 개발 보급하고 심지어 HTTP 프로토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굴지의 인터넷 혹은 IT회사라고 해서 다들 속도를 중시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 Java applet이 launch 속도만 빨랐으면 지금 Flash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었을 테고 (뒤늦게 변칙적인 방법까지 시도하고 있지만…) Vista가 XP 또는 Windows 7만큼 빨랐더라면, SKT 통합 메신저가 OEM 메신저만큼 빨랐더라면, 삼성폰의 위젯 UI가 iPhone만큼 빨랐더라면 등등 느린 속도 때문에 불만을 사고 있는 제품들이 많다.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들의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은 것을 단지 그걸 만든 엔지니어들이 구글 엔지니어만 못해서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어떤 기능에 우선순위를 두어 언제까지 개발하고 어느 정도의 품질이 되면 출시할 것인지를 최종 결정하는 것은 실무 엔지니어가 아닌 경영층이기 때문이다. 그렇긴 하지만, 실무 개발자나 실제 사용자라고 해서 제품이나 서비스의 반응 속도를 다 똑같이 중요시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직접 접한 엔지니어들의 경우에도 어떤 이들은 속도를 중시하지만, 더 많은 이들은 몇 초쯤 기다리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Jakob Nielsen에 의하면,

  • 0.1초는 시스템이 즉각적으로 반응한다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의 한계이고
  • 1초는 사용자가 비록 지연을 느끼기는 하나 사고의 흐름이 중단되지 않기 위한 한계이며
  • 10초는 사용자의 주의가 다른 곳으로 가버리지 않도록 잡아둘 수 있는 한계 시간이다

하지만 0.1, 1, 10초는 대략 그렇다는 것이고 실제로는 사용자에게 적절한 피드백이 주어지는지, 웹사이트가 점진적으로라도 로딩이 되는지 등 많은 요소들에 의해 사용자가 용인할 수 있는 지연 시간 (Tolerable Wait Time)이 바뀔 수 있다. 개인차도 큰 것 같다. 내 경우엔 느린 제품이나 서비스는 무척 싫어한다. 나는 MP3 플레이어가 부팅하는 시간을 참을 수 없어서 아이팟을 사용하며, 빠른 길을 두고 느린 길로 가는 것을 참을 수 없어서 TPEG을 가장 잘 반영한다고 하는 엔나비를 사용하지만 부팅 시간이 없는 파인드라이브 제품으로 바꿀까 생각 중이다. 구글이 웹 속도를 올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이나 특히 이번에 새로 만든 프로토콜 SPDY내가 예전에 만들었던 로봇과 이름이 비슷한 것을 보면 구글에도 나하고 Tolerable Wait Time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나는 그래서 반응 속도가 빠른 구글의 서비스들을 많이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