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네 집, 개인 데이터의 보존
얼마 전 “윤미네 집”이 복간되었다.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가 20년 전에 초판을 내셨던 이 책은 누나가 태어날 때, 즉 지금으로부터 무려 46년 전 부터의 사진을 담고 있다. 생각보다 책이 잘나가서 벌써 3쇄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아마도 출판사가 홍보를 잘한 덕택이겠지만 책을 구입한 사람들이 블로그 등에 올린 글을 보면 자기 가족의 추억을 간직하는 가치를 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같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된 이후로 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게 되었지만 그 중에 46년 후에도 찾아 볼 수 있는 사진이 얼마나 있을까. 누구나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하다 미처 복사하지 못한 사진, CD-R에 구워놨는데 읽히지 않는 사진, 어딘가에 있겠지만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는 사진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 집에는 수만장의 필름이 보관되어 있는 캐비넷이 몇 있었다. 윤미네 집에 사용되었던 필름의 대부분은 찾을 수 있었지만 복간하고자 했을 때 일부는 결국 찾을 수 없었다.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는 필름도 잃어버리지 않고 보관하는 것이 힘든데 하물며 디지털 파일이야. 윤미네 집 사진의 저해상 버전은 사진 전문 웹사이트에 올려져 있으나 이 사이트가 망하거나 잊혀지지 않고 얼마나 오래 운영할지 걱정이 된다. 서버를 임대하고 사이트를 호스팅하면 호스팅 업체가 망하더라도 쉽게 다른 서버로 옮길 수 있겠으나, 그 때쯤에는 사진 게시판에 사용했던 소프트웨어가 더 이상 관리 안되고 최신 PHP나 mySQL 버전과 호환되지 않을 가능성도 많다. NASA가 달착륙 비디오를 제대로 보관하지 못하는데 일반인들이 수십년전에 찍은 사진 파일을 스스로 제대로 보관하고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위에서 얘기한 이유들 때문에 social network이나 사진 호스팅 사이트에 업로드해두는 것도 해결책이 못된다. 우리 삶의 점점 더 많은 부분이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되고 있으나 이 데이터들의 유효 수명은 더 짧아져가고 있다. 작년에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하면서 이 문제의 개선을 중요한 목표로 제시하였으나 사내에서도, 제안을 받은 모 대기업에서도 이 가치를 중요하게 인식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윤미네 집이 3쇄에 들어가고 대형 서점의 예술 부분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고 하지만, 어쩌면 이런 걸 중시하는 사람들은 그래봐야 소수이거나 회사의 의사 결정권을 가진 바쁜 사람들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들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