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몽각 그리고 윤미네 집 展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몽각 그리고 윤미네 집 展”.
아래는 제가 가족 대표로 했던 인사말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먼저 연말에 바쁜 일도 많으실텐데 시간 내어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제가 어렸을 때 기억하고 있는 저희 아버지의 모습 중 많은 부분은 가족들 사진을 찍으시거나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는 모습이셨습니다. 당시에는 필름의 가격도 부담이 되었기 때문에 큰 롤을 사다가 자르고 일일이 감아서 사용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이 수십년 후인 지금 이렇게 전시되는 것을 저희 아버지가 이 자리에 계셔서 보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지 생각해보면서 이러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한미사진갤러리와 송영숙 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저희 아버지는 사진을 취미로 하셨습니다. 어린 제가 보기에 본업이었던 대학 교수직보다 오히려 사진을 더 열심히 하시는 것 같아서 대학 교수는 참 편한 직업이구나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그래도 이 자리에도 계시는, 사진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에 비해선 부족한 부분이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아마추어 사진작가에게 항상 도움을 주셨던 강운구 선생님, 박영숙 선생님 등 주위의 여러 분들께 감사드리며 특히 사진집을 낼 때나 사진전을 열 때 처음부터 끝까지 수고해주신 주명덕 선생님께 깊은 감사 드립니다.
저 사진들 속에 애기로 출연하는 제가 이제 나이가 들어 제 가정을 꾸리고 애들 사진을 찍어주게 되었습니다 만, 아버지의 예술적인 재능은 물려받지 못해서 그저 똑딱이 카메라로 애들 어렸을 때 모습을 남겨 놓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대신 저희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카메라는 저희 어머니가 물려 받아 열심히 쓰고 계십니다. 저희 어머니는 아버지 생전에 항상 함께 다니시면서 매니저 역할을 해주셨었고 지금도 사진집의 복간이나 사진전 등 여러가지 일에서 여전히 매니저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이제는 사진과 포토샵까지 배우셔서 막눈인 제가 보기에는 멋진 작품을 만드십니다. 어쩌다 제가 대신 이 자리에 서게 되었지만 그동안 아버지 옆에서 고생 많이 하셨고 지금도 많은 수고를 해주시며 사진 찍는 일을 이어가고 계시는 저희 어머니께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어릴 적 추억을 이렇게 멋진 모습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해주신 저희 아버지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사람에게 있어 자신의 인생은 추억으로 존재합니다. 아버지는 저희들에게 그 어떤 선물이나 유산 보다도 더 값어치 있는 행복한 가족의 추억을 남겨주셨습니다. 평범한 한 가족의 일상의 기록에 불과한 옛날 사진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감동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이러한 추억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자신의 추억으로 투영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렵게 시간 내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사진들 보시면서 말씀들도 많이 나누시고 좋은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