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데어와의 랑데뷰

이태호는 창 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르카디아 기지의 브리핑룸은 화성의 붉은 모래가 내려다보이는 유일한 방이었다. 붉은 먼지가 LCP1 기반의 하얀 레이돔2 위에 얇게 쌓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재료 공학을 전공했고 기지의 엔지니어링을 담당하고 있는 이태호는 소행성 탐사 임무를 다녀오면 레이돔의 정전기 제거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들 모였나요?”
기지 사령관 마리아 산체스 박사가 압력문을 닫으며 들어왔다. 전직 JPL 화성 탐사 프로그램 디렉터였던 그녀는 3년째 아르카디아 기지를 운영하고 있었다.
“시간이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10시간 전, I3/메데어에 대한 JWST3 추가 관측 데이터가 들어왔어요.”
스크린에 I3/메데어라는 제목의 스펙트럼 그래프가 나타났다. I3/메데어는 얼마 전에 발견된 성간 천체4였는데, 혜성처럼 가스 구름에 둘러싸여 있었고 여러모로 특이한 천체였다. 그래프에서는 2.12 마이크로미터에서 강한 피크가 보였다.
“순수한 수소입니다.”
산체스 박사가 말했다.
“수소 코마5가 수천 킬로미터까지 퍼져 있습니다.”
야마다 아키가 고개를 갸웃했다.
“성간 천체에서 수소 분출이라…. 가스 하이드레이트6인가요?”
“그게 첫 번째 가설이었죠. 하지만 회전 온도7가 3000K를 넘어요. 태양 복사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됩니다.”
산체스 박사가 다음 슬라이드로 넘겼다.
“게다가 압력 확장 프로파일8이 이상해요. 금속-분자 상전이9에 의한 에너지 방출을 가정하면 수치가 맞아 떨어집니다.”
산체스 박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다들 그게 무슨 의미인지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침내 카우프만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잠깐, 수소의 금속 상전이라고요? 설마… 금속 수소를 말하는 거예요? 그거 400기가파스칼 이상에서나—”
“알아요, 나도 처음엔 안 믿었어요. 하지만 비중력 가속도10 값도 비정상적으로 높아요. 제트의 분출 속도가 초속 4킬로미터를 넘어요. 지속 시간도 너무 길고요.”
리날디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분명 다른 설명이 있을 겁니다. 목성의 핵에나 있어야 할 금속 수소가 별 사이를 떠다닌다니요.”
“하버드 팀은 철 수화물 분해를 주장하고, 도쿄 팀은 목성형 행성의 파편일 가능성을 시뮬레이션 중입니다. 어쨌든, 만약 메데어에 정말로 금속 수소가 있다면 어떻게 생성되었고 어떻게 성간 공간에서 유지되었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이태호 역시 믿을 수 없었다. 금속 수소라니. 수소는 엄청난 압력을 받으면 양성자들이 격자구조를 이루고 전자들이 그 사이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금속이 된다. 만약 낮은 압력에서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금속 수소는 원래의 분자 수소로 되돌아가면서 어떤 화석연료보다도 월등히 많은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다. 그가 말했다.
“세상이 바뀌겠죠. 에너지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고, 비추력이 지금의 5배는 가능해질 거예요. 화성에서 지구까지 한 달이면—”
“그래서 우리가 갑니까?”
아키 선장이 물었다. 산체스 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페르세우스가 유일한 기회입니다. 지구 발사 창11은 이미 닫혔어요. 메데어는 궤도 경사각이 47도나 되고, 지구에서 따라잡으려면 궤도면 변경에 엄청난 Δv12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메데어가 화성 궤도면 근처를 지나가기 때문에 페르세우스의 Δv는 5 km/s면 됩니다. 페르세우스에는 이곳에서 생산한 메탄과 액체산소가 충전되어 있고 언제라도 출발할 수 있습니다. 정말 행운이죠.”
카우프만이 물었다.
“그러면 소행성 미션은요?”
산체스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당연했다. 소행성은 언제라도 갈 수 있지만 세기의 발견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메데어는 지금 우리 말고는 옵션이 없었다. 침묵이 흘렀다. 창밖으로 화성의 작은 태양이 먼지 속으로 지고 있었다.
“중국-러시아 연합도 가나요?”
리날디가 물었다.
“JWST 데이터는 안 넘겼습니다. 하지만 그쪽도 달의 뒷면에 적외선 망원경이 있고, 지금 메데어를 관측할 수 있는 방향입니다. 위성에서 본 바로는 유토피아 평원의 중국-러시아 기지도 뭔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더군요.”
이태호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10년 전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때만 해도 중국인 룸메이트와 함께 논문을 쓰거나 운동을 같이 하곤 했다. 몇 년 전 남중국해 위기 이후로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구와의 거리에 비해 유토피아 기지는 바로 옆이었지만 서로 연락도 주고받지 않는 관계가 되었다. 그는 인류가 태양계를 앞마당처럼 자유롭게 오가는 미래를 꿈꿨지만 현실에서는 옆집과도 담을 쌓아두고 있었다.
“또 경쟁이 시작되는 건가요? 서로 도울 수만 있다면—”
“이렇게 급하게 출발하면—”
이태호와 아키가 동시에 말하다 멈췄다.
“그곳에서 뭘 발견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안 가면 영영 알 수 없겠죠.”
산체스 박사가 시계를 보며 말했다.
“72시간 내에 출발 준비를 마쳐 주세요.”
알람이 교대 취침 시간이 끝났음을 알렸다. 이태호는 눈을 뜨자마자 바로 조종실로 향했다. 무중력 상태에서의 근손실을 막기 위해 24시간 내내 부하를 걸어주는, 근력 섬유소재13가 적용된 실내복을 입고 있었지만 평소와 달리 팔과 다리의 저항이 부담되지 않았다. 이제 한층 더 가까워졌을 메데어를 한시라도 빨리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페르세우스 호의 조종실은 경외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면 뷰포트14 너머로 보이는 메데어는 칠흑 같은 우주를 배경으로 푸른 유령처럼 희미하게 빛나는 구름에 감싸여 있었다.
이태호가 말했다.
“대체 저 빛은 뭘까?”
계기판을 들여다보던 리날디가 말했다.
“자기장 수치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 예상보다 훨씬 강해. 저건 수소 플라즈마가 자기장에 갇혀 만들어낸 코로나일 거야.”
“카우프만, 광학 망원경의 배율을 최대로 올려봐. 플라즈마 때문에 왜곡되겠지만, 지금쯤이면 뭐라도 보이겠지.”
아키 선장의 지시에 카우프만이 콘솔을 두드렸다.
“알겠습니다. 이미지 안정화 필터를 적용합니다. 스크린에 띄우겠습니다.”
메인 스크린에 흐릿한 점으로만 보였던 메데어의 모습이 확대되고 조금씩 선명해졌다. 푸른 플라즈마 너머로 표면이 드러나자 조종실 안의 모든 이들이 하던 일을 멈췄다. 눈으로 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것은 자연물이 아니었다.
메데어는 크레이터와 먼지로 뒤덮인 소행성이 아니었다. 얼음덩어리로 이뤄진 혜성도 아니었다. 메데어의 표면은 육각형 격자 무늬로 뒤덮여 있었다. 양끝이 반구형인 원통, 마치 압력 탱크 같은 형태의 거대한 인공물이었다. 격자의 경계선은 머리카락처럼 가늘면서도 빛을 전혀 반사하지 않는 검은 색이었다. 재질이 다른 건지, 색이 칠해진 건지 또는 깊은 홈이 파인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리날디가 중얼거렸다.
“맙소사, 저건….”
아키가 조종간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다들 각자 할 일 잊지 마. 저건 마치 무슨 압력 탱크처럼 보이잖아. 외계 우주선의 연료 탱크가 사고로 분리되어 여기까지 흘러온 건가? 연료를 흘리면서 말이야.”
이태호가 말했다.
“그래 보입니다. 저 격자 구조는 금속 수소를 준안정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장치이거나, 혹은 격벽 구조일 겁니다. 자기장은 초전도 상태의 금속 수소에 흐르는 전류 때문 아닐까요? 적어도 수천 년, 어쩌면 그 이상 동작하고 있다는 것이 믿기 어렵습니다만.”
그 순간, 부드럽게 울리던 근접 경보음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아키 선장이 말했다.
“다른 우주선이다. 식별 신호는 텐룽. 유토피아 기지에서 발사된 중국-러시아 연합 탐사선이야.”
카우프만이 콘솔을 조작하며 중얼거렸다.
“중국의 새로운 AI 시스템, 즈신을 탑재한 우주선 아닌가요? 스스로 프로그램을 수정해 이온 엔진 화물선에서 태양 돛 탐사선까지 어떤 우주선이나 추진 기관이라도 조종할 수 있다는….”
스크린 한쪽에 텐룽 호의 모습이 나타났다. 페르세우스 호보다 약간 더 큰, 각진 디자인의 탐사선이었다. 텐룽은 페르세우스 호를 지나쳐, 마치 경주라도 하듯 메데어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아키가 소리쳤다.
“먼저 착륙하려는 거야. 태호, 텐룽에 경고를 보내. 너무 빠르다고.”
“보냈습니다. 응답이 없어요. 통신 채널을 닫은 것 같습니다.”
인류보다 월등히 앞선 외계 문명의 증거를 눈앞에 보면서도 지구의 패권 경쟁을 이곳까지 가져와서 벌이다니. 미지의 외계 물체에 대한 첫 접근인데 너무 무모했다. 메데어 표면에서 불과 수백 미터 상공에서 텐룽은 선체를 회전시켜 최종 역분사를 시작했다. 선체 곳곳에서 하얀 가스가 긴 불꽃을 뿜으며 분사되었다.
모든 일은 찰나에 일어났다.
텐룽의 추진기에서 뿜어져 나온 긴 불꽃이 메데어를 감싼 플라즈마를 뚫고 표면에 닿은 순간, 눈이 멀 듯한 섬광이 터졌다.
아무 소리없이 메데어의 표면에서 순백색의 빛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상전이 제트가 텐룽을 스쳤다.
뷰포트를 가득 채운 빛에 이태호는 반사적으로 눈을 가렸다. 잠시 후 빛이 가라앉았을 때, 텐룽은 파편을 흩뿌리며 제멋대로 회전하고 있었다. 찢어진 선체에서는 하얀 산소 결정이 서리처럼 피어오르며 우주 공간으로 흩어졌다.
“젠장!”
아키의 외마디 비명과 동시에 근접 경보가 귀를 찢을 듯 울렸다.
쿵!
경보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선체가 흔들렸다. 텐룽의 파편이 충돌한 것이다. 선장이 소리쳤다.
“피해 보고!”
이태호의 콘솔에서 붉은 경고등이 깜박이고 있었다.
“고이득 안테나의 신호가 안 잡힙니다. 통신이 끊겼습니다.”
화성 그리고 지구와의 모든 연결이 끊어졌다. 수십억 킬로미터 떨어진 심우주 공간에 완전히 고립되었다. 이태호는 고개를 들어 뷰포트 밖을 보았다. 인류 최초로 마주한 외계 문명의 경이로운 모습과 그 앞에서 어리석은 인간들이 벌인 경쟁의 결과, 멀어져 가는 텐룽 호의 잔해가 그곳에 있었다.
조종실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메인 스크린에는 서서히 회전하는 텐룽의 흉측한 모습이 확대되어 있었다. 열화상 카메라는 선체 여러 곳에서 열이 빠르게 손실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생존자가 있어.”
카우프만이 영상을 뒤로 돌려 텐룽의 뷰포트를 확대했다. 내부에서 사람 형태의 실루엣이 움직이고 있었다.
“최소 2명, 어쩌면 3명일지도 몰라. 하지만 산소가 유출되고 온도가 떨어지는 속도를 보면…, 몇 시간을 넘기기 어려울 것 같아.”
이태호가 말했다.
“당장 구조하러 가죠. 접근 경로를 계산—”
“잠깐.”
리날디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상황을 정리해 보자고. 텐룽이 보여줬듯이 섣불리 접근하면 위험하니까.”
이태호는 폭발 순간의 영상을 천천히 재생했다.
“봐, 역추진 분사가 표면에 닿은 순간 폭발했잖아. 우리는 측면에서 천천히 텐룽에 접근하면서 메데어쪽으로 로켓 분사가 향하지 않도록 하면 괜찮을 거야.”
리날디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보자. 만약 상황이 반대로 벌어져서 우리가 저기 있고 그들이 여기 있었다면, 유토피아 기지 놈들이 우릴 구하러 왔을까?”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모두가 답을 알고 있었다.
카우프만이 조용히 말했다.
“작년 태양 플레어 때 기억 안 나? 우리가 방사선 차폐소를 공유하자고 제안했더니 저들은 ‘자체 프로토콜을 따르겠다’고 했지.”
리날디가 메인 스크린의 텐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들은 우리를 제치고 먼저 착륙하려 했어. 인류 역사를 바꿀 발견을 독점하려고. 그런데 이제 우리가 임무를 미뤄두고 저들을 위해 목숨을 걸자고?”
이태호는 입술이 떨렸다. 그들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키가 조종간을 쥔 채 말했다.
“그보다도 현실적인 문제가 있어. 우리 생명유지 시스템은 최대 5명을 위해 설계되었어. 지금 우리가 4명인데 만약 3명을 더 태우면, 용량의 40%를 초과하는 거야.”
“최대한 가동하면 그 정도는 엔지니어링 마진이—”
이태호가 말을 이으려 했으나 아키가 저지했다.
“식량도, 연료도 부족해질 거야. 우리 임무는 금속 수소의 샘플을 가져가는 거였어. 텐룽 꼴이 되지 않으려면 안전하게 접근해서 샘플을 채취할 방법을 연구해야 해. 게다가 지금 우리에겐 훨씬 더 중요한 임무가 추가됐지. 저 탱크를 충분한 시간을 들여 조사하면 어떤 기술, 어떤 지식을 발견할지 몰라. 지금이 아니면 인류에게 다시 오지 않을 기회야. 하지만 저 사람들을 태우면 그럴 시간이 없어. 우주에서 다 같이 굶어 죽지 않으려면 말이지.”
“그래도 어떻게 사람들을 놔두고—”
리날디가 차갑게 말했다.
“선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 임무는 몇 명의 목숨보다 훨씬 더 가치있어요. 저들 역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입니다.”
답답했지만 반박할 수 없었다. 모두 일리 있는 말이었다. 이태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텐룽의 잔해는 천천히 멀어지고 있었고, 메데어는 여전히 푸른 플라즈마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까 폭발이 일어났던 부위는 육각형 격자가 파괴되어 검은 구멍이 보였고, 그곳으로부터 플라즈마 제트가 분출되는 듯 부근의 플라즈마의 흐름이 교란되고 있었다.
카우프만이 말했다.
“시간이 없어요. 빨리 결정해야 합니다. 선장님?”
어떤 아이디어가 이태호의 머리를 스쳤다. 그는 폭발이 일어난 부위를 확대하고, 스펙트럼 분석을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잠깐만… 선장님, 잠깐만 시간을 주세요.”
아키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10분 주겠다. 다들, 잠시 휴식을 취한다. 우리는 너무 흥분했어. 이 상태로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어.”
이태호는 라이다15 측정 기록을 들여다봤다. 라이다는 한참 전부터 메데어와의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하고 있었다. 기대했던 대로였다. 제트의 압력, 온도, 속도 벡터…. 퍼즐 조각들이 머릿속에서 맞춰지기 시작했다. 페르세우스의 항법 컴퓨터를 열었다. 텐룽의 즈신만큼은 아니어도, 페르세우스의 컴퓨터는 가스 동역학과 궤도 역학을 통합해 시뮬레이션하고 최적화할 수 있었다.
10분 후, 그는 고개를 들었다. 두려움과 흥분에 가슴이 뛰었다. 터무니없는 생각이었지만 분명히 가능성은 있었다.
“방법이 있습니다.”
“무슨 방법?”
아키 선장이 물었다.
“둘 다 할 수 있어요. 구조도 하고, 메데어도…. 하지만 여러분이 듣고 나면 제가 미쳤다고 할 겁니다.”
카우프만은 팔짱을 끼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이태호에게 말했다.
“눈앞에는 거대한 외계 연료 탱크가 있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몇 명을 잡아먹어야 할 판이잖아. 이미 충분히 미친 상황이니까 말해봐.”
이태호는 스크린에 메데어의 폭발 부위를 확대해서 띄웠다.
“여기 보이죠? 폭발과 그 이후의 상전이 제트에 의한 가속도가 예상보다 큽니다.”
그는 다시 라이다 측정 기록과 시뮬레이션 결과를 띄웠다. 궤도 곡선과 벡터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는 말을 멈추고 동료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불신과 의구심이 가득했지만, 동시에 희미한 호기심도 보였다.
“계속해.”
아키가 스크린을 응시하며 말했다. 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설명을 시작했다.
“메데어는 크기에 비해 의외로 가볍습니다. 금속 수소를 많이 잃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저 제트 분출은 폭발이 발생한 이래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이태호와 모로조프는 EVA16 우주복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이태호는 입고 있던 근력 섬유 소재 실내복의 커넥터를 우주복 내부 포트에 연결했다. 헬멧 HUD에 증강 모드: ON 표시가 나타났다. 그를 따라 페르세우스의 우주복을 착용한 모로조프는 손발을 움직여보며 감탄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이 얇은 옷이 힘을 증폭시켜 주네? 우리 EVA 슈트는 그냥 쇳덩어리였는데.”
“평소엔 근손실 막는 용도라 꽤 귀찮아. 하지만 오늘 같은 날엔 제 역할을 하겠지.”
모로조프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솔직히 말하지. 페르세우스가 다가올 때 우리가 다 죽은 줄 알고 쓸만한 게 있는지 찾으러 오는 거라고 생각했어. 우리를 구해서 이 황당한 계획에 동참시킬 줄은 꿈에도 몰랐지. 자네가 생각해 낸 계획이라며? 고마워.”
이태호는 체크리스트에서 잠시 눈을 떼고 모로조프를 바라봤다.
“텐룽과 그 승무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계획이었어. 구조는… 동족을 구하지도 않는 종에게 이런 기술을 획득할 자격이 있을까?”
이태호는 시스템 체크리스트의 마지막 항목을 확인하고 해치를 향해 몸을 돌렸다.
텐룽의 엔진 노즐은 뒤틀리고 균열이 보였다. 모로조프가 말했다.
“괜찮을까? 손상된 것 같은데.”
“우리가 필요한 건 저 껍데기가 아니야.”
모로조프가 플라즈마 커터로 노즐의 외부 합금 구조물을 잘라내자 검은 광택의 원뿔 모양 라이너17가 모습을 드러냈다. 탄화규소 섬유 강화 소재18의 라이너는 제트의 온도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잠금장치를 풀자 라이너는 거대한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텐룽으로부터 천천히 떨어져 나왔다. 이태호가 말했다.
“편향판19 설치 위치로 이동한다. 천천히.”
그들이 라이너를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동안, 통신기에서는 아키 선장이 전체 상황을 체크하고 있었다.
“카우프만, 텐룽 고정 작업은?”
“앵커 포인트 A, B는 경화 완료. C 지점, 구조용 접착제 주입 시작합니다. 메데어의 홈 깊이가 예상보다 깊어서 접착제를 더 써야겠습니다.”
이태호는 텐룽의 거대한 동체를 흘깃 보았다. 이미 동체 곳곳에 연결된 케이블들이 메데어 표면의 육각형 홈 속으로 뻗어 있었다. 위험하게 드릴로 구멍을 낼 필요는 없었다. 저 홈에 극저온 에폭시 페이스트를 채워 굳히는 것만으로도, 텐룽은 거대한 암반 위에 뿌리내린 나무처럼 단단히 고정될 터였다.
“좋아, 모로조프. 이제 내리자.”
두 사람은 라이너를 미리 설치해 둔 가이드 레일 위에 내려놨다. 바로 몇 미터 밖에서 검은 우주를 배경으로 푸른 색으로 분출하는 플라즈마 제트는 빨려 들 듯 아름다웠다. 하지만 저 온도를 견뎌낼 소재는 수억 킬로미터 내에 이 라이너뿐이었다. 플라즈마에 팔이 증발하지 않으면서 라이너가 손상되지 않게 조심해서 작업해야 했다.
모로조프가 레일 위의 마운팅 프레임에 라이너를 고정했다. 그 사이 이태호는 텐룽의 펌프에서 회수한 사마륨-코발트 자석20 블록들을 라이너의 바깥 쪽에 부착하고 세라믹 방열판으로 덮었다. 얕지만 강한 자기장이 제트의 가장 뜨거운 중심부를 밀어내 라이너가 받는 열부하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두 사람은 마운팅 프레임에 연결된 긴 막대기의 양쪽 핸들을 움켜잡았다. 근력 증강 슈트가 윙 하는 소리를 내며 준비 상태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호흡을 맞춰 막대기를 밀기 시작했다. 라이너의 끝이 플라즈마 제트의 경계에 닿자, 금속 막대를 통해 불규칙한 진동이 손끝으로 전해져왔다. 모로조프가 말했다.
“젠장, 떨림이 점점 심해져.”
“공명 현상이야. 빨리 제자리로 밀어 넣어야 해.”
이태호가 말하며 팔에 힘을 더했다. 슈트가 최대 출력을 내며 라이너를 밀어 넣었다. 마침내 딸깍하는 잠금 소리가 막대를 통해 전해졌다. 라이너, 즉 임기응변 편향판이 제자리에 고정된 것이다. 푸른 제트는 이제 자기장과 편향판의 곡면을 따라 비스듬한 각도로 우주 공간으로 뿜어져 나갔다.
“즈신, 페르세우스와 연결 완료. 스타 트래커21 데이터 스트리밍 시작. 새로운 비행 파라미터 수신 대기 중.”
텐룽의 항법 및 컴퓨터 담당이었던 린 차오의 침착한 목소리는 마치 이 모든 것이 일상적인 절차인 것처럼 들렸다. 그녀는 지금 텐룽의 항법 AI 즈신을 개발한 사람이 상상도 못 했던 일을 즈신에게 시키고 있었다.
“편향판 고정 완료. 다음은 돛이다.”
슈트 내부가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 최대 출력을 낸 섬유 액추에이터 때문인지, 플라즈마의 복사열 때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작업을 계속해야 했다. 그들은 텐룽의 대형 전개식 SAR/LIDAR 어레이22를 편향판 앞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했다.
설치 상황을 확인한 아키 선장이 마침내 가동을 지시했다.
“린 차오, 돛을 전개해.”
“즈신, 전개 시퀀스 돌입. 돛의 각도를 제트 분출 벡터에 맞춰 자동 조정합니다.”
이태호와 모로조프는 안전거리까지 물러나 숨죽이고 지켜봤다.
고요한 명령과 함께, 접혀 있던 어레이가 소리 없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검은 벨벳 같은 우주를 배경으로 수백 제곱미터의 은빛 직물이 거대한 나비의 날개처럼 우아하게 펼쳐졌다. 그것은 이제 메데어의 표면 전체를 정밀하게 3D 스캔할 첨단 관측기구가 아니었다. 우주의 선물을 인류에게 가져다줄, 역사상 최초의 플라즈마 돛이었다. 초고탄성률 피치계 탄소섬유23 뼈대에 SiC로 코팅된 텅스텐 미세 그물망이 팽팽히 장착된 돛은 편향판에서 퍼져 나온 제트의 흐름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낼 것이다.
정적이 흘렀다. 이태호는 초조했다. 과연 즈신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제대로 동작할 것인가? 즈신은 텐룽의 자이로스코프24와 스타 트래커로 자세를 인식하고 돛으로 메데어-텐룽의 자세와 미세 추력을 조절해 목성 b-평면25의 목표점을 맞춰 스윙바이26를 수행하고, 12년 뒤 지구에 접근할 때 지구 상대 속도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
아무리 어떤 우주선, 어떤 추진기관이라도 적응할 수 있는 AI라고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믿을 수 없었다.
카우프만의 흥분한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스피커로 나왔다.
“맙소사…, 궤도 변화가 감지됩니다. 아주 미세하지만, 분명히 우리가 계획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이태호는 에어록 앞에서 마지막으로 메데어를 바라봤다. 저 멀리 푸른 구름과 함께 메데어가 멀어져가고 있었다. 방금 페르세우스의 망가진 고이득 안테나에 텐룽에서 가져온 송수신 장치를 이식하는 작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중이었다.
그가 조종실로 들어섰을 때 모로조프가 조용히 하라고 손짓했다. 야마다 아키 선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메시지를 녹음하는 중이었다. 23분 후에 지구에 도착할 독백이었다.
“…페르세우스와 텐룽의 생존 승무원들은 합동으로 작전을 수행했으며, 현재 모두 무사합니다. 탐사선 텐룽을 동력원으로 이용하여 성간 천체 I3 메데어를 지구 귀환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시켰습니다.”
스크린에는 메데어의 새로운 궤도가 노란색 곡선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호를 그리며 목성을 스쳐 지나갔다.
“메데어는 목성을 지나 약 12년 후 지구 근접 궤도에 도달할 예정입니다. 상세 데이터는 본 메시지에 첨부합니다. 아르카디아 기지, 그리고 지구, 응답 바랍니다. 페르세우스 통신 종료.”
송신 완료
응답 기다리는 중... (예상시간: 46 분)
선장은 전송이 끝나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의자를 돌려 조종실에 모여 있는 다국적의 승무원들을 바라보았다. 이태호, 카우프만, 리날디, 그리고 이제는 한 팀이 된 린 차오와 모로조프까지.
“이제 지구는 12년의 시간을 벌었군. 저 선물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
린 차오가 조용히 덧붙였다.
“샘플은 얻지 못했지만 우리가 보낸 데이터가 도움 될 겁니다. 그때까지는 금속 수소를 안전하게 회수할 방법을 개발해야죠. 저걸 누가 차지할지 싸우느라 시간을 다 보내지는 말아야 할 텐데요.”
리날디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저 밖에 뭐가 있는지,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 봤으니 생각이 바뀔 거야. 어쩌면 그 전에라도 금속 수소를 개발하고 더 빠른 우주선을 만들어 메데어를 마중나가게 될 지도 몰라.”
이태호는 창밖, 보이지 않는 지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차오의 걱정과 리날디의 기대 중 현실은 어느쪽으로 벌어질까? 전세계가 리날디처럼 바뀔 수 있을까?
외계 지성 문명의 존재. 그것은 인류가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모든 것을 바꿀 절대적인 증거였다. 분쟁과 불신, 국경과 이념. 그 모든 것은 이제 거대한 우주 앞에서 동네 아이들의 다툼처럼 하찮아질 터였다. 인류는 하나가 될 것이다.
이태호는 자신의 곁에 선 동료들을 보았다. 경쟁자에서 동료가 된 러시아인 엔지니어, 자신의 AI에게 인류의 미래를 맡긴 중국인 과학자, 그리고 그들을 믿고 모든 것을 건 선장.
그는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 이제는 하나의 점이 된 메데어가 그들이 그려준 길을 따라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이 작은 우주선 안에서 시작된 인류의 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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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quid Crystal Polymer. 액정과 고분자의 특성을 갖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높은 열 안정성, 낮은 유전 상수, 우수한 기계적 특성으로 고주파, 전자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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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와 돔의 합성어로, 레이더 안테나를 보호하는 덮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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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적외선 관측에 특화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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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항성에 중력적으로 묶이지 않은 천체. 흔히 태양계 바깥에서 온 천체를 칭한다. 2017년 최초로 오우무아무아가 발견되었고, 얼마 전 3I/ATLAS가 발견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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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 핵 주변을 감싸는 가스·먼지 구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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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thrate hydrates 혹은 gas hydrates. 물 분자가 만든 격자 구조 안에 가스를 가둔 얼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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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ational temperature. 분자의 회전 에너지 상태를 온도로 환산한 값.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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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에 의해 스펙트럼 선폭이 넓어지고 모양이 변하는 양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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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이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바뀌는 현상. 여기서는 금속 수소가 높은 에너지를 방출하며 분자로 바뀌는 것을 말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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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gravitational acceleration. 중력 외의 원인에 의한 속도 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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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nch window. 우주선이 출발할 수 있는 기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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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이 속도나 궤도를 바꾸는 데 필요한 속도 변화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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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고 탄성 섬유를 기반으로 하여, 구동 기능(액추에이터), 감지 기능(센서), 지능형 제어 기능을 통합한 첨단 스마트 소재 (참고문헌: 섬유와 로봇의 융합, 극한 작업환경에서 인간을 보조하는 차세대 근력 섬유소재 기술동향 및 전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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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분야에서 우주선·우주정거장의 관측용 창문을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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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 레이저 펄스를 쏘고 반사되어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하여 반사체의 위치좌표를 측정하는 레이다 시스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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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vehicular Activity.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 밖에서 우주복을 착용하고 수행하는 선외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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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r. 로켓 엔진 노즐의 가장 안쪽 층으로, 수천 도의 초고온 연소 가스로부터 외부 구조물을 보호하는 내열부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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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화규소 섬유로 강화된 SiC 복합재 (CMC, Ceramic Matrix Composite). 섬유와 매트릭스의 열팽창 계수 및 화학적 특성 차이가 없어 열충격에 강하고, 고온 산화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기계적 성능을 낼 수 있다 (참고문헌: 우주항공 초고내열 환경용 Ceramic Matrix Composite 국내외 개발 동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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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lector. 유체의 방향을 원하는 쪽으로 바꾸기 위한 장치. 여기서는 플라즈마 제트의 분출 방향을 바꾸기 위해 텐룽의 로켓 노즐 라이너를 편향판으로 이용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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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rium–cobalt magnet. 희토류 자석의 한 종류로, 네오디뮴 자성과 함께 가장 강력한 자석 중 하나이며 온도 안정성과 보자력(coercivity)이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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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와 이미지 처리 장치를 이용해 별의 위치를 관측하고, 이를 통해 우주선의 방향을 계산하는 장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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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개식 SAR (Synthetic Aperture Radar 합성개구레이다) 어레이와 라이다(LIDAR)가 통합된 가상의 탐사 장비. 발사 시에는 작게 접혀 있다가 우주에서 거대하게 펼쳐져, 악천후나 플라즈마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목표물의 3차원 지형을 극도로 정밀하게 스캔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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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탄성률을 가지는 피치계 탄소 섬유 (참고문헌: 고탄성율 피치계 탄소섬유 소재기술 동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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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속도를 측정해 물체의 방향과 회전 변화를 파악하는 장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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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lane (targeting). 스윙바이 궤적을 2차원 평면(접선·법선 좌표)으로 나타내어 목표 지점에 맞추는 계산 기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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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의 중력을 이용해 우주선의 속도와 방향을 바꾸는 기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