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오아시스
눈을 떠보니 그새 짙어진 잿빛 황사가 뿌연 안개처럼 도시를 뒤덮고 있었다. 목적지까지 몇 킬로미터 남지 않았는데도 익숙한 모습은 아직 안 보였다. 네오텍 엔지니어링의 김민수 대표는 자율주행을 종료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지난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잠시 자율주행을 켜고 눈을 붙이기는 했으나, 여기서부터 매번 비효율적인 경로를 선택하는 차량에 운전을 맡겨 놓을 수 없었다.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것 같은 외부와는 달리 차량의 실내는 더할 나위 없이 쾌적했다. 곳곳에 설치된 센서와 실내기후 모델을 활용한 AI 알고리즘이 3차원 공간을 격자로 나눠 온도를 제어했다. 공조 시스템의 나노섬유 필터1가 미세먼지와 황사를 걸러냈으며 피치계 활성탄소섬유2가 유해가스와 냄새를 제거했다. 다층 구조의 스마트 글래스는 도시의 소음을 차단하고 해가 비치는 쪽을 어둡게 조절하고 있었다.
김민수 대표가 블루오아시스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몇 년 전, 그가 개발에 참여한 차량을 테스트할 때였다. 차량의 공조 시스템은 빠르게 발전하는 데 비해, 훨씬 더 비싸고 하루 중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거 공간은 수십 년 전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에어컨을 켜면 찬 바람에 피부가 시렸고 끄면 금세 후끈거렸으며 개인별로 온도를 맞춰주지도 않았다. 창문은 황사가 닥치거나 비가 들이칠 때 알아서 닫히지 않았고, 먼지를 닦아주는 와이퍼도 없었다.
하긴 이제는 일 년 중에 창문을 열어놓을 수 있는 날도 얼마 되지 않았다.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면서 무덥고 습한 날이 많아졌고 태풍도 잦아졌다. 건조할 때면 넓어져만 가는 몽골과 중국의 사막에서 황사가 불어왔다. 그는 인류가 최첨단 기술을 갖고도 짜증나는 기후를 참아야 하는 현실이 답답했다. 엔지니어로서 문제를 개선할 기술이 있는데도 그대로 두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실내뿐만 아니라 집 밖에서 산책할 때도 일년내내 맑고 쾌적한 기후가 보장되는 공간을 원했다. 그는 장래가 보장된 직장을 때려치우고 네오텍 엔지니어링을 창업했다. 블루오아시스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목적지에 가까워지자 마침내 돔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 거리에서 돔은 마치 유리 그릇을 엎어놓은 듯이 보일 뿐이었지만, 김 대표에게는 돔의 표면을 이루는 수만 개의 패널과 이들을 고정하는 프레임의 설계도면이 생생하게 보이는 듯했다. 나노섬유로 강화된 투명 폴리머층 사이에 전도성 나노섬유층과 플라즈모닉 나노입자3 기반의 전기변색4층이 삽입된 삼각형 스마트 패널은 전기 신호로 빛의 투과율과 반사율을 제어할 수 있었다. 피치계 탄소섬유2 재질의 프레임은 가벼우면서도 강한 강성으로 돔의 입체적인 구조를 지지했다. 돔의 표면은 위치와 각도, 날씨에 따라 다른 색을 띄고 있어, 마치 거대한 카멜레온이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시선을 위로 향하자 완만하게 굴곡진 돔의 상부 너머로 하늘높이 솟아오른 초고층 아파트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가 상상한 모습을 조감도로 그려 보여줬을 때, 벤처 캐피탈과 건설사 관계자들은 반구형 생일 케이크 위에 양초가 꽂혀있는 것 같다며 웃었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지금 눈앞에 있는 이 거대한 구조물 내부의 일년내내 상쾌한 공간과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밝은 표정이 선명했다. 그는 설계를 완성하고 주요 장치의 프로토타입까지 만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의 비전을 공감하지 못했다.
“아직 젊고 경험이 부족하셔서, 실제로 구현하려면 얼마나 많은 문제가 발생할지 감이 없으실 겁니다.”
“조금만 참고 살면 되는데, 그만한 돈을 누가 내겠어요?”
“산책하다 사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 사람들이 ‘화성으로 이주했냐?’고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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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낮 시간이어서 줄 서 있는 차량이 많지는 않았다. 차례가 되자 에어락이 스르륵 열렸다. 차량을 몰고 격실로 들어갔다. UV-C 자외선5과 강력한 에어 샤워가 가동되었다. 곧이어 귀가 먹먹해졌다. 그는 반사적으로 턱을 벌려 귓속의 압력을 단지 내부의 기압에 맞췄다. 한때는 더 철저한 방역을 원하던 주민들이 지금은 빨리 통과할 수 있도록 출입 절차를 간소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팬데믹 때문이었다. 변종 조류독감 H5N1-2035는 인간에게 전염될 뿐더러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훨씬 오래, 멀리까지 공기 중에 떠다니다 전파되는 공기감염 바이러스였다. 게다가 이 바이러스는 변이속도가 빨라서 mRNA 백신으로도 대응하기 힘들었다. 과학자들은 이번 팬데믹이 코로나 때보다 더 심각하고 더 오래 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그러자 블루오아시스를 기억한 건설사들이 김 대표를 찾아왔다. 고급 아파트 단지에 블루오아시스를 최대한 빨리 구축해달라고 간청했다.
“김 대표님, 지난번에 제가 한 말은 잊어주세요. 그 단지 주민들 평균 자산이 얼마인지 아세요? 단지 전체가 안전해질 수만 있다면 비용은 얼마가 들어도 괜찮으니, 빨리만 해주세요.”
그때부터 김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밤낮없이 설계를 수정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시험하기를 반복했다.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것이 목표였던 시스템으로는 크기가 작은 공기매개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었다. 공조 시스템에 전기방사 나노섬유 필터와 자외선 살균장치를 추가했고, 모든 출입구에는 에어락을 설치했다. 혹시 완벽한 기밀(氣密 )이 유지되지 않더라도 외부 공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양압6 시스템을 도입했다. 하늘이 뿌옇게 보인다는 불만이 있었던 ETFE7 패널을 투명 폴리머 소재로 바꾸고, 이에 따라 늘어난 하중을 버틸 수 있도록 탄소섬유 프레임을 보강했다. 기존 아파트 단지를 레트로핏하려니 많은 문제가 있었다. 원래 설계는 건물 전체를 돔으로 덮는 것이었지만, 초고층 아파트를 덮을 만큼 높은 돔은 비현실적이었다. 대안으로 건물의 10층까지만 돔이 덮도록 하고 돔 위로 노출되는 부분을 위해 건물 자체에 기밀 기능과 업그레이드된 공조 시스템을 설치하기로 했다. 각 건물이 돔의 중간 지지대로서 역할하도록 했는데, 돔의 하중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으나 강력한 태풍 또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진동과 횡력이 문제였다. 이 문제는 돔과 각 건물을 인장강도와 탄성률이 높은 아라미드 섬유8 기반의 실링으로 연결하여 해결했다.
건설 중인 돔이 모습을 갖춰가자, 블루오아시스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네오텍은 쇄도하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었고, 김 대표는 연이어 유명 미디어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그는 부자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안전하고 기후가 완벽하게 조절되는 공간에서 살 수 있게 하겠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하지만 주요 자재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돔의 곡면에 따라 그 모양이 제각각 다를뿐더러 전력 및 통신 케이블을 내장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되는 피치 기반 탄소섬유 소재의 프레임이 문제였다. 이러한 프레임을 생산할 수 있는 제조사는 규모가 작아서, 팬데믹 상황에서 수급이 불안정한 데다 그의 꿈을 이루기에는 단가도 너무 높았다. 그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팬데믹은 인류에게 재앙이지만, 동시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탄소섬유를 PEEK9 수지와 함께 열압성형10하여, 컴퓨터가 설계한 정확한 형태의 프레임을 일괄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를 대거 발주했다. 로봇 전문업체와 함께 돔의 유지보수를 자동화할 로봇의 개발에도 착수했다.
하지만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네오텍의 공장이 가동되기 직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획기적인 범용 항바이러스제11가 개발된 것이다. 약물 재창출12 연구 과정에서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화합물이 우연히 발견되었다. 경구투여가 가능하고 예방효과도 있어 백신과 치료제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팬데믹이 조기 종식될 전망이라는 헤드라인이 모든 미디어를 뒤덮었다. 전 세계에 희망을 안겨준 뉴스였지만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던 네오텍 엔지니어링에는 치명적이었다. 후속 계약들은 줄줄이 취소되었다.
주차하고 지상으로 나와 산책로를 걸었다.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미풍에는 숲 향기가 은은하게 배어 있었고 도시의 배경소음이 차단되어 마치 고요한 숲에 온 것 같았다. 유모차를 미는 젊은 커플이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며 지나갔다. 구름이 거의 없는 하늘은 태양 쪽 패널들이 어두워져 있고 전체적으로는 황사에 의해 회색빛을 띄고 있어, 마치 개기일식 때처럼 묘한 느낌이었다. 그는 패널의 투과율을 파장별로 조절하거나 내부로부터 조명을 비춰서라도 파란 하늘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시설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싸지며 구름이 부자연스럽게 보일 거라는 예측 때문에 일단 포기해야 했다. 무덥고 칙칙한 대도시 한복판에서 맑고 파란 하늘을 제공한다는 블루오아시스의 비전은 다음 사이트에서 재검토하기로 했으나, 이제는 영영 이루지 못할 꿈이 되었다.
오늘은 돔 유지보수 로봇 HMR-6, 일명 ‘스파이더봇’을 최종 테스트하는 날이었다. 래빗로보틱스의 이지은 박사는 먼저 와 있었다. 그녀는 30년 넘는 경력의 베테랑 엔지니어로서, 머리가 희끗해진 나이에도 여전히 현장을 직접 챙기고 있었다. 지금은 콘솔 앞에서 스파이더봇의 상태를 점검하느라 그가 다가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이 박사님. 자주 뵙네요.”
이 박사가 고개를 들었다. 표정은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긴장감이 역력했다.
“안녕하세요, 김 대표님. 오늘로 마무리되고 자주 뵙지 않아야 할 텐데요.”
스파이더봇은 돔의 유지보수를 위해 래빗로보틱스와 공동 개발한 로봇이었다. 후속 계약이 취소되는 바람에 두 회사 모두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었고, 로봇의 업그레이드 계획도 중단되어야 했다.
이 박사가 콘솔을 조작하자 돔이 지면과 만나는 곳에 대기하고 있던 스파이더봇 세 대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봇은 여섯 개의 다리를 쉴새없이 움직여 돔의 프레임에 일정한 간격으로 솟아있는 금속 돌기를 마그네틱 그리퍼로 붙잡으며 돔을 기어올랐다. 지난 번 래빗 로보틱스 연구소에서 봤을 때보다 움직임이 민첩해졌다. 김 대표의 뒤로는 어느새 주민들이 몰려와 세 로봇이 협동하여 고장난 패널을 교체하는 모습을 탄성을 지르며 구경했다.
몇 시간 후, 마침내 모든 테스트가 완료되었다. 잠시 성공의 뿌듯함에 가슴이 벅찼으나 바로 아쉬움이 밀려왔다. 꿈을 이루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는데 이곳이 시작이자 끝이었다. 함께 고생한 동료들, 래빗로보틱스 외 여러 협력사, 그를 믿었던 투자자들에게 할 말이 없었다. 지난 몇 주 간 매일같이 밤잠을 설친 이유였다. 이제 뭘해야 할지 막막했다. 멍하니 서있다가 그제서야 이 박사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박사님, 축하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이제 자주 못 뵙겠네요. 피곤하실텐데 들어가 좀 쉬세요.”
“축하는 함께 받아야죠. 그건 그렇고, 아까 그 외국사람이 했던 얘기 들었어요?”
테스트를 구경하던 주민들은 김 대표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중동계로 보이는 외국인 부부가 영어로 질문하기도 했는데, 말이 빠르고 액센트가 심해서 잘 알아듣을 수 없었다. 그때 보스턴 인근의 세계 최고의 로봇회사에서 일했던 이 박사가 유창한 영어로 대신 답변했었다. 그가 머뭇거리자 그녀가 말했다.
“팬데믹은 끝났지만, 늘어만 가는 사막 지역에 이런 돔을 지어 식물을 재배할 수 있겠냐고 묻더군요.”
김 대표는 그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저었다.
“비용 때문에 안되요.”
“저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대답했는데요?”
“이번 프로젝트의 원가가 얼마인지 모르세요? 이런 고급 아파트라면 몰라도 사막에서 농사지어 얼마나 번다고…”
“이제 대량생산 설비도 갖췄잖아요. 그 외에도 최적화할 부분이 많을 거예요.”
“제가 그걸 모르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그는 흠칫 말을 멈췄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이 박사의 눈빛에는 경험과 지혜에서 우러나오는 권위가 담겨 있었다.
“대표님은 항상 혼자서 완벽한 답을 얻으려 하시죠. 하지만 조금 기대를 낮추고 주위에 도움을 구해보면 답이 나올지도 몰라요. 사무실로 가시죠. 아이디어가 있어요.”
두 사람은 네오텍 엔지니어링 사무실로 갔다. 바로 회의실로 가서 대형 스크린에 구조역학 및 동역학 시뮬레이터와 비용 스프레드시트를 띄웠다. 블루오아시스를 제어환경농업13에 적용할 때 비용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김 대표가 말했다.
“먼저 건설비부터 따져보죠. 이번 프로젝트에서 평방 미터당 비용은…”
“패널을 ETFE로 바꾸죠.”
이 박사가 제어와 AI에만 전문가인 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긴 스파이더봇의 재질을 선택한 걸 보고 의외이긴 했는데, 그저 예전 직장에서 사용해 본 소재를 선택한 거라고 짐작했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 고려했던 소재입니다. 가볍고 식물 생장에 필요한 자외선도 잘 투과시키죠. 하지만 전체 비용이 크게 줄지는 않을 겁니다. 왜냐면 비용의 가장 큰 부분은 탄소섬유 프레임인데, 아무리 돔의 무게가 줄어도 프레임을 얇게 만들 수는 없어요. 강풍에 견뎌야 하는데, 풍압은 무게와 관계 없으니까요.”
이 박사가 스크린에 자료를 띄웠다. 나선 형태로 길게 꼬인 섬유 다발의 현미경 사진이 나타났다.
“최근 개발된 전기활성 고분자14 섬유예요. 스파이더봇에 서보모터 대신 인공근육을 쓸 수 있을지 검토하면서 찾아봤던 소재인데요, 우리 로봇에는 안 맞았지만 여러모로 장점이 많았어요. 이걸 ETFE층 사이에 격자 형태로 넣어서…”
김 대표가 소리쳤다.
“능동 구조15 말씀이시군요!”
이 박사의 제안은 신축성이 좋은 ETFE층 사이에 전기가 가해졌을 때 수축하는 섬유를 격자 형태로 삽입해, 각 패널을 2축 액추에이터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예상되는 가장 강한 태풍까지도 프레임의 강성으로 버티는 대신, 변형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패널의 장력을 조절해 특정 부위의 응력을 돔 전체로 분산시키고 진동을 감쇄시키면 더 가벼운 구조물로도 강한 외력을 견딜 수 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네오텍의 구조 엔지니어와 우리 회사 제어 엔지니어가 협력하면 개발할 수 있을 거에요.”
이 박사의 아이디어에 지지 기둥과 능동 제어 케이블까지 더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건설비가 많이 낮아졌다. 하지만 냉방이 여전히 문제였다. ETFE 층 사이에 공기를 주입해 에어 쿠션 형태로 만들면 단열 성능을 높일 수 있지만, 그 경우 패널을 액추에이터로 활용하기 어렵다.
김 대표는 바이러스 필터 생산을 위해 도입했던 전기방사 장비의 제조사에 도움을 구했다. 그들은 장비를 개조해 뛰어난 단열 성능을 가진 3차원 다공성 나노구조의 박막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 박막을 ETFE 층 사이에 삽입했더니 에어로젤16 못지 않은 단열 효과를 보였다. 또한 나노코팅 전문기업에 의뢰해 가시광선 반사율과 방사냉각17 효과를 극대화하는 다층 코팅 기술을 개발했다. 이로써 돔 내부로의 에너지 유입을 최소화하여 냉방에 드는 비용을 크게 낮췄다. 래빗로보틱스는 스파이더봇을 돔의 유지보수 뿐만 아니라 조립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했다. 네오텍은 여러 회사들의 엔지니어들로 북적거렸고, 직원들의 표정에는 활력이 돌아왔다. 투자자들도 블루오아시스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해결책 중 하나가 될 거라는 김 대표의 비전을 다시 믿어주기로 했다.
뜨겁고 황량한 사막에서 첫 번째 돔이 차츰 형상을 갖춰가고 있었다. 십여 대의 스파이더봇들이 무인 기중기와 협동하여 빠르고 능숙하게 돔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관계자들이 감탄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김 대표가 감격에 겨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박사님이 처음 말씀하셨을 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죠. 그래도 해내셨잖아요. 축하드립니다.”
이 박사가 말했다. 그녀는 안식 휴가 중인데도 이 광경만큼은 직접 보고싶다며 이곳까지 찾아왔다.
“이 박사님, 이번에 많은 걸 배웠습니다. 전에는 모든 걸 혼자 완벽하게 통제하려고 했는데, 그러다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고 실패할 뻔했어요. 이 박사님과 다른 협력업체들, 심지어 고객의 도움이 없었으면 이번 프로젝트는 불가능했습니다.”
첫 번째 돔에서는 아마18를 재배할 예정이었다. 여러 기술적 혁신에도 불구하고 블루오아시스의 실내 농업은 아직도 비용이 높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객들이 해법을 내놨다. 정밀하게 제어된 환경에서 재배한 아마의 섬유로 만들어진 합성 소재는 강도와 품질의 균일도가 높아서, 최고급 승용차를 위한 친환경 소재로 비싸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친환경 바이오 소재 기업들 외에 의약품 회사들도 균일한 품질을 보장하는 약용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블루오아시스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중이었다.
그는 팬데믹의 스타 해결사로부터 실패한 아마추어 경영인으로 추락했을 때를 기억했다. 매일 밤 홀로 고민과 후회만 계속하고 있을 때 이 박사와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아직은 돔 하나일 뿐이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그가 받은 도움을 세상에 돌려주고 싶었다.
이 박사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미소에는 프로젝트의 성공뿐 아니라, 한 젊은 사업가의 깨달음과 성장을 축하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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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섬유 소재 응용 기술 동향”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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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smonic nanoparticle. 빛과 상호작용할 때 표면 플라즈몬 공명(surface plasmon resonance)을 일으키는 금이나 은과 같은 금속으로 만든 나노크기의 입자. 특정 파장의 빛을 강하게 흡수하고 산란시키는 특성이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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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ochromism. 전압을 가했을 때 물질의 광학적 성질이 가역적으로 변화하여 색상이 변하는 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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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80nm 파장의 자외선으로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살균하는데 효과적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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陽壓. 실내의 공기압력을 대기압(실외기압) 보다 높게하여 오염된 외부공기가 실내로 유입되지 않게 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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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ylene Tetra Fluoro Ethylene. 플로로카본 기반의 중찹체로서 내구성이 높고 투명하며 가벼워서 건물의 채광창 등에 사용되는 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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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환경 대응 아라미드 섬유 기술동향 및 전망”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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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내열성과 기계적 강도가 우수하여 의료용 임플란트나 항공우주 부품에 사용되는 고급 플라스틱 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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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moforming/thermal compression molding. 열가소성 플라스틱을 가열하여 부드럽게 만든 후 압력을 가해 원하는 형태로 성형하는 제조 공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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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항바이러스제(broad-spectrum antiviral)는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가 있는 항바이러스 약물로서, 바이러스의 공통된 특성을 표적으로 하여 신종 바이러스나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할 수 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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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 repurposing / drug repositioning. 이미 승인되어 사용 중인 기존 약물의 새로운 치료 효과를 발견하여 다른 질병 치료에 활용하는 신약 개발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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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olled-environment agriculture. 실내에서 온도, 습도, 빛, 이산화탄소 농도 등 환경을 인공적으로 제어하여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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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o-active polymer. 전기적 신호에 의해 물리적인 변형을 발생시키는 고분자 소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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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e Structure. 스마트 구조라고도 함. 외부의 하중과 내부의 변화를 감지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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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를 포함한 다공성 구조로 이루어진 매우 낮은 밀도의 고체로서, 열차단 성능이 높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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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ative Cooling. 대기 투과율이 높은 파장(8~13μm)의 적외선 형태로 열을 방출해 온도를 낮추는 자연적인 냉각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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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亞麻) 섬유는 가볍고 인장강도가 높으면서도 생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자동차 내장재 등에 활용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