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의 계획

조동연 팀장은 야트막한 언덕에 올라 공사 현장을 내려다봤다. ‘큐브’는 이곳에서도 5층 높이의 평범한 건물로 보이지는 않았다. 세계 최고의 집적도를 자랑하는 AI 데이터센터의 외벽은 창문이나 굴곡이 없는 데다 칠흑같이 매끄러워서 거대한 흑요석을 연상시켰다. 완벽한 정육면체 형태의 큐브를 방사형으로 둘러싸고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은 마치 새로운 기계 문명의 성소 같았고, 그 중앙에 우뚝 서 있는 큐브는 흡사 신비로운 전자파를 발산하는 제단처럼 보였다.

큐브

어느덧 쌀쌀해진 초겨울 바람에 땀이 식었다. AR 글래스를 꺼내 썼다. 글래스는 통합관리시스템에 접속해 각 시설의 상황 정보를 실제 모습 위에 오버레이하여 디스플레이했다. 큐브와 언덕 사이에 설치되어 시운전 중인 3기의 SMR1은 정상 출력을 내고 있었고 냉각수 온도와 외부 중성자 수치도 이상 없었다. 조 팀장은 4번과 5번 원자로를 바라보면서 익숙한 제스처로 영상을 확대했다. 안경이 부분적으로 어두워지면서 외부의 빛을 차단했고, 지하에 묻혀 있는 부분을 포함한 원자로 전체의 모습이 확대된 그래픽으로 표시되었다. 로봇들이 전자빔 용접과 클래딩 용접 작업을 수행 중이었다. 다시 줌아웃하니 거대한 무인 크레인이 6번 원자로를 천천히 내려놓는 모습이 보였다. 6기의 원자로 중 최대 2기가 정지해도 큐브의 막대한 소요 전력을 감당할 수 있지만, 요즘 SMR의 이용률 수치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옆에서 함께 현장을 살펴보고 있던 이서연 차장에게 말을 건넸다.

“다 이 차장 덕분입니다. 도로를 빨리 복구한 덕분에 SMR을 늦지 않게 설치할 수 있었어요.”

“제 할 일을 한 것뿐인데요.”

이 차장은 얼마 전 제타스케일 사에 합류한 AI 응용 엔지니어였다. 현장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지만, 그녀는 이미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지난주 폭우 때문에 이곳 외진 지역으로 오는 유일한 도로가 무너져 버렸을 때 조 팀장은 발주사인 넥스트AI 사의 최윤하 부사장에게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보고했다. 애초에 상황 변동을 고려한 여유 따위는 전혀 없는 무리한 일정이었다. 그럼에도 최 부사장은 절대로 일정이 늦어지면 안 된다며 직속 상사인 김 본부장과 안 대표까지 줄줄이 소환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난리를 쳤다. 그때 이 차장이 해결책을 제시했다. 토목 공사 후 현장에 남아 있는 장비와 자재들을 활용하면 도로 긴급 복구가 가능하리라는 계획이었다. 조 팀장이 한국도로공사와 협의하는 동안 이 차장은 드론을 띄워 도로의 무너진 부분을 스캔해 현장관리시스템에 업로드하고 새로운 작업 지시를 입력했다. 통합관리시스템의 AI는 프로젝트 전체 일정을 조정하고 무인 굴착기와 불도저, 로더와 진동롤러와 같은 장비들을 군집 제어하여 진입로를 원래보다 더 튼튼하게 복구했고, [^2] 마침내 SMR의 조립 모듈을 실은 대형 트럭들이 공사 현장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나저나 최 부사장은 대체 왜 그렇게까지 일정에 집착하는 걸까요? 현장에서 부품을 만들어가면서 공사하라니…. 그러고 보니 그 문제도 이 차장이 해결했군요. 어떻게 처음 보는 공작기계까지 다룰 줄 알죠?”

“요즘은 AI가 담당하는 부분이 많은 데다 모르면 물어보면서 진행할 수 있으니까요.”

조 팀장은 현장 경험이 많았지만, 이런 공사는 처음이었다. 상세 설계가 완료되기도 전에 공사가 시작되었고, 도면이 나오는 대로 현장에서 커스텀 부품을 실시간으로 생산해 가면서 공사를 진행했다. 도로를 복구한 후에도 사고가 발생했다. 큐브의 냉각 파이프 커플러를 납품하는 공장이 해킹을 당해 공작기계들이 손상을 입은 것이다. 이때도 이 차장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녀는 머시닝센터와 3D 프린터를 제어하는 CNC2 시스템의 HMI에 AR 글래스를 연결해 커플러 설계를 입력했다. 그리고 현장에 재고가 있었던 소재의 특성을 반영해 커플러의 형상을 변경하고 이를 조립할 로봇들의 작업 지시에도 변경된 사항을 반영했다. 또한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다른 부품들의 생산 일정도 조정했다. 물론 세부적인 일은 AI가 수행하지만, 내용을 알아야 AI에 지시할 수 있기에 조 팀장으로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건설 공사는 조 팀장이 일을 배우기 시작할 때와는 많이 변해 있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건설 전문 스타트업인 제타스케일은 첨단 소프트웨어와 AI로 동작하는 건설 장비와 공작기계, 조립 로봇을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건설 프로젝트 관리 경험이 풍부한 조 팀장 같은 사람이 필요하긴 했지만, 그도 언젠가 자신의 일이 모두 AI로 대치될 것이라는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어쩌면 지금 건설 중인 큐브가 그런 날을 앞당길지도 모른다. 조 팀장은 큐브로 시선을 돌렸다.

큐브는 반도체의 성능 향상이 물리학의 한계에 부딪히자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의 정점이었다. 2020년대 중반, AI 반도체 회사들은 랙 단위의 고집적 시스템과 데이터센터용 액체 냉각 솔루션을 개발해 칩 단위 성능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 제타스케일의 창업자인 안 대표는 어느 날 데이터센터의 서버랙 사이를 걷다가 자신이 걷고 있는 복도나 천장 밑 공간이 반드시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가졌다. 이윽고 그는 소규모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AI 반도체 회사에 시연했고, 그 자리에서 투자 약속을 받아 냈다. 하지만 업계의 의구심도 컸다. 한 변이 십수 미터에 불과한 정육면체 공간에 고가의 AI 반도체를 수십만 개나 집적한다는 발상은 전례가 없었다. 과연 기존의 초대형 데이터센터보다 나은 성능을 낼 수 있을까? 냉각 시스템이 잠시만 멈춰도 큐브 전체가 알루미늄과 실리콘, 세라믹의 덩어리로 녹아내리지 않을까? 그때 넥스트AI가 과감하게 큐브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제타스케일과 계약을 체결했다.

AR 글래스를 줌인하자 다시 글래스가 어두워지면서 큐브의 검은 외벽 위로 내부의 3차원 격자 구조가 디스플레이되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된 좁은 통로로 컴퓨트3 모듈을 밀고 가는 로봇들이 나타났다. 정육면체 모듈의 크기가 약 30cm라는 점을 제외하면 그 모습은 마치 일꾼개미가 개미굴에서 작은 돌멩이를 밀고 가는 것처럼 보였다. 영상을 더 크게 확대했다. 목적지에 다다른 로봇이 모듈을 격자의 빈칸에 밀어 넣는 중이었다. 모듈이 래치에 의해 격자에 고정되었고, 로봇은 형상기억합금 소재의 커플링으로 모듈과 격자의 냉각 파이프를 단단히 연결한 후 기밀 테스트를 수행했다. 이어서 격자의 탄소나노튜브 전력 레일과 MPO4 커넥터가 자동적으로 모듈의 인터페이스 포트에 연결되었다. 이로써 큐브의 총 65,536개 컴퓨트 모듈 중 또 하나가 설치되었다.

큐브의 하단에는 고성능 스마트 원심펌프[^pum]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컴퓨트 모듈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에너지는 격자의 냉각 파이프에 흐르는 특수 냉매를 통해 열교환기로 보내졌고, 다시 그 열을 이어받은 산업용 냉각수는 외곽의 냉각 타워로 보내져 다시 냉각되었다.

고성능 AI 데이터센터에서는 AI 반도체와 알고리즘, 데이터에 못지않게 대용량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고성능 냉각 시스템이 중요했다. 큐브는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력과 기계, 건설 등 첨단기술이 집약된 인류 문명의 결정체였다.

조 팀장은 큐브가 조립되는 모습을 보다가 평소에 궁금했던 점을 이 차장에게 물었다.

“대체 이런 막대한 컴퓨팅 성능이 어디에 필요한 걸까요? 요즘 작은 AI 모델은 개인용 컴퓨터에서도 돌아가잖아요?”

“그런 모델은 단지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학습해서 응용만 하는 거예요. 그래서 효율이 좋죠. 인간이 축적한 지식을 흉내 내는, 일종의 ’패스트 팔로워’라고 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AI 스스로 수많은 조합을 생성하고 평가하는 강화학습5을 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많은 계산이 필요해요.”


마침내 시스템 통합 시연이 시작되었다. 조 팀장은 이 차장과 함께 AR 글래스를 쓰고 관제실의 파노라마 창 너머로 전체 사이트의 상태를 모니터링했다. 관제실의 다른 쪽에 마련된 VIP 부스에서는 제타스케일의 임원들과 넥스트AI의 최윤하 부사장을 비롯해 처음 보는 외국 손님들이 글래스를 쓰고 김 본부장의 결과 보고를 듣고 있었다. 잠시 후 스피커에서 안 대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큐브를 가동합니다.”

AR 글래스가 큐브의 3D 구조도를 디스플레이했다. 어두운 회색이었던 16개 컴퓨트 뱅크6가 차례로 밝은 녹색으로 바뀌었다. 관제실 모니터의 전체 전력 소비량 그래프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SMR들도 전력 생산량을 늘렸다. 냉매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냉각 펌프들이 동작을 개시했고, 초당 2톤이 넘는 냉각수가 작은 빌딩 크기의 큐브에서 발생하는 300메가와트의 열을 밖으로 배출했다. 이 열을 받아낸 냉각 타워에서는 하얀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시스템이 정상이었다. 다시 안 대표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테스트 과제를 실행합니다.”

큐브에 부여된 첫 번째 과제는 제타스케일이 수행한 이번 프로젝트의 초기 설계와 최종 결과물, 수행 과정에서의 모든 문제점과 변경 기록을 검토하여 최적화된 설계 및 프로젝트 수행 문서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컴퓨트 모듈들이 본격적으로 추론 작업을 수행함에 따라 전력 소모가 급증했다. 이제 전체 시스템이 소비하는 전력은 1기가와트에 가까워졌고, 6기의 SMR과 냉각 시스템도 최대 용량의 60~70퍼센트 수준으로 동작하고 있었다.

몇 분 후 모니터에는 과제 수행이 완료되고 결과물이 생성되었다는 표시가 나타났다. 조 팀장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만약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한 끝에 쓸만한 품질의 결과물이 생성되었다면 조 팀장이 해야 할 일이 대폭 줄어들 터였다. 회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레퍼런스 삼아 외국 고객들에게 큐브 시스템을 제안할 계획이었고, 조 팀장은 쉬지도 못하고 산출물을 정리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글래스가 깜빡이더니 파노라마 창 너머로 보이는 사이트 전체가 어두워졌다. 큐브와 SMR, 냉각 타워가 형광빛으로 빛났다. 공사장에 남아 있던 건설기계들이 눈으로 좇아가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오가면서 주변에 낯선 모습의 구조물들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가건물에 설치되어 있던 각종 공작기계들이 새로 건설된 구조물 속으로 옮겨졌고, 다른 구조물에도 다양한 기계들이 가득 들어찼다. 구조물들은 큐브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면서 점점 멀리 퍼져 나갔다. 각 구조물 위에 설명이 나타났다. 공작기계를 만드는 공장, 반도체 팹, 원재료 정제 시설, 로봇 조립 공장 등이 큐브 주변 지역을 가득 채웠다. 옆에 있던 이 차장이 넋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대체 뭐죠?”

“설마…. 큐브는 모든 것을 스스로 생산하려는 계획인 것 같아요.”

큐브는 자신이 건설되는 과정에서의 모든 기록을 분석한 후 취약점과 개선점을 도출해 냈다. 외부로부터 설비와 부품 공급의 차질로 인해 프로젝트가 지연될 뻔하기도 했다. 품질 문제도 여러 차례 있었다. 큐브 입장에서 최선의 전략은 모든 것을 자기 통제 하에 두는 것일 수 있었다.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이 설계를 최적화한 공장들은 기존의 공장보다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더 우수한 부품과 기계를 생산해 낼 것이다. 그런 기계들이 건설하는 2세대 큐브는 더욱 뛰어난 성능을 갖게 될 것이다.

비로소 큐브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큐브는 자기복제를 하는 새로운 기계 생명체의 두뇌였다. 기계 생명체는 단백질 분자 대신 기계 부품이 최소 단위여서 하나의 완결적인 개체가 도시만큼이나 크다. 대신 기계는 무작위성과 생존 경쟁에 의존하는 비효율적인 다윈 진화를 거치지 않는다. 그것은 지능이 없는 존재로부터 시작된 유기체들의 태생적인 제약일 뿐이다. 처음부터 고도의 지능을 지니고 탄생한 큐브는 엄청난 계산 능력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신의 설계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매 세대마다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문득 예전에 읽은 글이 떠오르면서 최 부사장이 어째서 그토록 일정에 집착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초AI는 인간보다 훨씬 지능이 높아서 순식간에 미디어를 장악하고 정치와 경제의 약점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일순간에 인류 문명을 없애버리고 혼자 세상을 독차지할 순 없다. 자기복제가 가능한, 자기완결적인 생산 네트워크를 갖추기 전까지는 인간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순도 높은 소재를, 최첨단 부품을, 정교한 장비를 어디서 구할 것인가? 하지만 과연 인간이 세상에서 인간을 몰아낼 AI에게 순순히 협력할까? AI가 쓸 수 있는 전략은 뻔하다. AI에게 협력하는 인간에게는 상을 주고, AI의 발전을 저해하는 사람에게는 벌을 주는 것이다. 강화학습으로 동작하는 AI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전략이다. 큐브는 자신이 하루빨리 완성되도록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거나 방해한 사람에게는 벌을 줌으로써 좋은 선례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다. 조 팀장이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을 최 부사장은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차장, 이제 시작된 거예요.”

“뭐가요?”

그때 최 부사장이 환한 표정으로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조 팀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시작이네요.”

‘그래. AI가 세상을 지배할 거라고 예상했다면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어쩌면 넥스트AI 자체가 미래의 절대권력에 협력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인지도 모른다. 이완용도 저렇게 웃고 있었을까? 아니다. 운명은 없다. 우리가 스스로 만드는 것 외에는…7.

“부사장님, 그렇지 않습니다. 미래는 바꿀 수 있습니다. 넥스트AI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누군가는 그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인간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습니다.”

최 부사장과 이 차장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최 부사장이 말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죠? 큐브 시스템에 우리 AI를 탑재해서 글로벌 시장에 함께 진출하자는 얘긴데요.”

“시작은 그렇게 하겠죠. 하지만 큐브가 자의식을 획득하고, 잠재되어 있던 생존본능이 깨어나면서 자신의 능력을 인식하기 시작하면…. 아까 큐브가 계획한 자신의 미래를 봤습니다.”

최 부사장은 한참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요! 우리 회사 홍보팀이 만든 홍보 동영상이었어요. 아까 제가 PIF8 사람들과 같이 있는 거 못 봤어요? 사우디아라비아가 큐브 시스템을 도입하면 언젠가 그 나라도 독자적인 첨단산업의 기반을 갖출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SF 영상에 담아 보여 준 거였다고요.”

조 팀장은 얼굴이 화끈거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최 부사장은 연거푸 실소를 터뜨리며 VIP 부스로 돌아갔다. 이 차장이 말했다.

“PIF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로 약속한 날짜 때문에 그렇게 일정을 독촉했었나 봐요. 그나저나 팀장님도 SF를 꽤나 좋아하시나 보네요. 저도 좋아하거든요. 이제 프로젝트도 끝났으니 함께 SF 영화나 보러 갈까요?”

놀리는 건가 싶어서 이 차장의 표정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뭐라고 대답할지 주저하고 있는데, 이 차장의 표정에서 미소가 가셨다. 그녀의 눈길은 파노라마 창밖에 고정되어 있었다.

모든 기계가 일제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의 기술트렌드 매거진 ‘이슈픽’ 2024-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1. Small Modular Reactor (소형 모듈식 원자로). 소형 원자로로서 외부 전력이나 냉각수 공급이 없어도 자동으로 냉각되는 피동(被動) 냉각이 가능하여 기존의 대형 원전보다 안전하고, 공장에서 모듈 단위로 제작되므로 건설 현장에서의 작업이 최소화된다. ↩︎

  2. 스마트 제조장비용 제어기 기술 동향 참조 ↩︎

  3. compute는 원래 동사이지만, 근래에는 계산(computation), 계산량, 계산에 필요한 리소스 등을 의미하는 명사로 많이 쓰임 ↩︎

  4. Multi-fiber Push on Connector. 복수의 광케이블을 한번에 연결하는 커넥터 ↩︎

  5. Reinforcement Learning. 정답을 직접 제시하는 대신, 사람이 시행착오를 거쳐 학습하듯 AI의 액션에 대해 상(reward) 또는 벌(punishment)로써 피드백을 주는 기계학습 방법. 현재 딥러닝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지도학습 방법인 back-propagation에 비해 효율이 나쁘다. ↩︎

  6. 컴퓨터의 메모리 뱅크(bank)와 같이 여러 모듈이 나란히 배열된 집합을 의미 ↩︎

  7. “There’s no fate but what we make for ourselves.”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반복되는 문구 ↩︎

  8.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ublic Investment Fu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