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오브 플라이트
나는 eVTOL1 UAM2 나래 모빌리티 NTV-4의 조종사다. 서울 삼성동의 빌딩 옥상에서 비행 전 점검을 마치고 승객들의 탑승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비행 전에는 항상 주변을 둘러본다. 종합운동장과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은 버티포트3의 인가 조건 덕분인데, 나는 이렇게 탁 트인 하늘이 좋다. 관제 센터에서 보내 온 인천공항까지의 구간 난류 지수는 평소보다 조금 높았으나 허용 범위 안이었다. 나는 NTV-4 모델을 신뢰한다. 개발 과정 당시부터 테스트 파일럿으로 참여해 시스템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네 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기체에 세 명이 탑승했다. 승객들에게 간단한 안전 수칙을 알려준 후 이륙하려는데, 갑자기 한 명이 더 탑승한다는 연락이 왔다. 배터리 SOC를 확인하고 예비 전력을 추가 확보하기 위해 급속 충전을 시작했다. 예상 충전 시간 3분. 잠시 후,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탑승했다. 평소 승객은 대개 나이가 지긋한 대기업 임원들이라 이런 젊은 여성은 드물었다. 업데이트된 탑승 명단에는 이름만 나와 있고 직책이나 호칭에 관한 추가 정보는 없었다.
“나래 모빌리티 1029편 탑승을 환영합니다, 이지선님.”
“네, 기장님. 잘 부탁드릴게요.”
그녀는 내 바로 뒤에 앉았다. NTV-4는 조종석과 캐빈 사이가 투명 패널에 의해 부분적으로만 막혀 있다. 나래 모빌리티 사는 캐빈 크루가 없는 UAM은 택시나 리무진 버스처럼 승객이 조종사를 보며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체의 크기와 무게 제약이었다.
네 개의 날개 끝에 달린 틸트로터가 모두 수직 방향을 정확히 향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마침내 이륙 절차를 개시했다. 주 추진모터가 회전수를 높이자 고규소 전기강판4을 쓰는 고속 모터 특유의 인버터음이 들려왔다. 바람소리가 점점 커졌고, 이어서 기체가 사뿐히 떠올랐다. 초기 프로토타입은 고방전 리튬 배터리가 별도로 필요했었으나, 상용 모델은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과 리튬 금속 음극을 사용하는 전고체배터리5가 10C에 이르는 고출력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덕분에 단일 배터리를 사용하는 효율적인 구조가 되었다.
기체는 안전 고도까지 수직으로 상승한 후, 소형 고토크 축방향 자속 방식4의 틸트 구동 모터가 로터를 앞으로 기울이기 시작했다. 기체는 전진 가속을 하며 완만한 상승 궤적을 따라 순항 고도까지 올라갔다. 배터리 온도가 눈에 띄게 상승했지만 정상 범위 안이었다. 모든 시스템이 정상이었다.
순항을 시작하며 소음이 줄어들자, 이지선이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모든 시스템이 정상인가요?”
왜 이런 질문을 하지? UAM을 처음 타보나? 표정을 보니 조금 긴장하긴 했지만 무서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입니다. 모든 시스템이 정상입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들고 있는 단말기로 시선을 떨궜다. 순항 단계에서는 내가 할 일이 별로 없다. 예정된 항로를 정확히 따라가도록 자동 항법 시스템이 제어한다. 그러나 나 역시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조종사의 의무다.
기체는 한강 남쪽 항로를 따라 부드럽게 방향을 틀었다. 영동대교를 지나 반포대교까지 이어지는 올림픽대로는 언제나처럼 수많은 자동차들로 빽빽하게 차 있었다. 무엇보다도 시간이 부족한 승객들이 UAM을 이용하는 이유였다.
좌측으로 63빌딩을 보며 여의도를 지났다. 김포공항 북측을 우회해 인천 방향으로 접어들자 멀리 계양산 능선이 보였고 그 뒤로는 갯벌과 회색빛 항만 시설이 펼쳐져 있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잠시 후, 그 평온이 느닷없이 깨졌다. 급격한 기압 변화가 기체를 휘감았다. 고도계와 자세계가 동시에 요동쳤고 전면 유리창이 진동했다. 자동 제어 시스템이 즉시 반응했다. 기체는 0.3초 만에 추력 분배를 조정해 자세를 회복했다. 예고 없는 강한 난류, 급변풍6이었다.
나는 승객들이 괜찮은지 확인했다. 다들 놀라고 긴장해서 좌석 손잡이를 움켜잡고 있었으나, 다친 사람은 없어 보였다. 그때였다. 전방 카메라 화면이 확대되면서 붉은 경고표지가 빠르게 점멸했다. 드론 한 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레이다에 멀리 아래쪽에 나타났던 화물 드론이었다. 자동 제어 시스템이 “충돌 위험!“이라고 경고를 울리며 즉시 회피 기동을 실시했다. 기체가 크게 기울며 좌측으로 선회했다.
쾅!
하부에서 뭔가가 부서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기체가 받은 충격이 온 몸으로 전해졌다. 거의 동시에 화면에 경고 메시지들이 나타나고 알람이 큰 소리로 울리기 시작했다. 이지선이 나를 향해 소리쳤다.
“무슨 일이죠?”
“드론이 충돌했습니다.”
자동 제어 시스템이 내게 제어권을 넘겼다. 나는 기체의 자세를 바로잡으며 동시에 경고 메시지와 상태 표시를 확인했다. 자동 제어 시스템이 비활성화된 것은 IMU7의 데이터가 불안정해졌기 때문이었다. 충격 때문이었을 것이다. 배터리를 감싸는 하부 외피의 센서도 큰 충격을 기록했다. BMS8는 일부 배터리 팩에서 이상을 감지하고 출력을 제한했다. 이 상태로는 순항하며 고도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최대출력이 필요한 수직 이착륙은 불가능하다.
나는 규정을 떠올렸다. 즉시 STOL9 모드로 비상 착륙해야 한다. 비상착륙 요청 버튼을 눌렀다. UAM 관제 센터는 곧바로 김포공항 관제탑으로 요청을 전달했고, 관제탑과의 음성 채널이 열렸다.
“나래 원-제로-투-나이너, 비상상황 확인했다. 활주로 32R을 비워주겠다. 잠시 대기하라.”
아까 지나온 김포공항 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고도를 유지하며 선회 비행했다. 배터리 셀 온도가 경고 수준인 붉은색에 근접해 있었지만, 이대로라면 착륙 때까지는 괜찮아 보였다.
그때, 뒷좌석의 남성 승객이 코를 막으며 말했다.
“윽, 계란 썩는 냄새 같은 게 나요.”
그와 동시에 실내 황화수소 센서가 경고를 울렸다. 황화물계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는 용량과 출력 모두 우수하지만 단점이 있는데 바로 유독 가스 문제이다. 전해질이 공기에 닿으면 수분과 반응해 유독 가스인 황화수소가 발생한다. 드론이 충돌했을 때 배터리에 물리적인 손상이 발생한 것이 틀림없다. 배터리 팩 내부에서 발생한 가스는 기체 하부의 벤트를 통해 외부로 배출되도록 되어 있다. 선회 비행을 하느라 기체가 기울어지자, 공기의 흐름이 바뀌며 외부로 배출되던 가스 일부가 공조 흡입구 근처로 흘러든 모양이었다.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곧 비상 착륙하겠으니 대비해 주십시오.”
나는 공조 시스템을 내부 순환 모드로 전환했다. 하지만 센서의 경고등은 꺼지지 않았다. ppm 수치가 서서히, 그러나 꾸준하게 오르고 있었다. 충격 때문에 기체가 뒤틀리며 배터리와 객실 사이에도 틈이 발생한 것일까? 시간이 없었다.
“나래 원-제로-투-나이너, 32R 착륙을 허가한다. 바람 270 방향, 8노트.”
관제탑의 연락이 오자마자 즉시 접근 절차를 시작했다. 플랩을 전개하고 랜딩 기어를 내렸다. 김포공항의 긴 활주로가 시야에 들어왔다. 활주 거리는 충분하다. 지면이 빠르게 다가왔다. 속도계 숫자가 줄어들고, 활주로의 타이어 마찰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접지 3초 전. 2초 전. 1초 전.
쿵 소리와 함께 기체가 덜컹거렸다. 기체 하부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왔다. 마치 고압 밸브를 연 듯, ‘치이익’ 소리와 함께 황화수소 측정치가 한계까지 치솟았다.
쿨럭, 쿨럭, 허억….
승객들의 비명은 짧은 기침 소리와 함께 잦아들었다. 고농도의 황화수소는 몇 번의 호흡만으로도 후각을 마비시키고 의식을 잃게 한다. 이지선은 구해달라는 듯 안타까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녀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기체는 아직 활주로 위를 달리는 중인데 아무것도 안 보였다.
나는 실패했다.
쾅!
하부에서 뭔가가 부서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기체가 받은 충격이 온 몸으로 전해졌다. 화면에 경고 메시지들이 나타나고 알람이 큰 소리로 울렸다.
“무슨 일이죠?”
“드론이 충돌했습니다.”
자동 제어 시스템이 내게 제어권을 넘겼다. 나는 기체의 자세를 바로잡으며 상황을 파악했다. IMU 데이터가 불안정했고, 배터리 출력이 제한되었다. STOL 모드로 비상착륙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비상착륙 요청 버튼을 눌렀다. UAM 관제 센터는 곧바로 김포공항 관제탑으로 요청을 전달했고, 관제탑과의 음성 채널이 열렸다.
“나래 원-제로-투-나이너, 비상상황 확인했다. 활주로 32R을 비워주겠다. 잠시 대기하라.”
대기하라고? 왠지 모르게 배터리에 언제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상을 내려다봤다. 공항고속도로에는 차량이 드문드문 있었다. 차량과 차량 사이에 착륙할 수만 있다면.
기체의 고도를 낮췄다. 아직 속도가 너무 빨랐다. 틸트 모터를 가동해 로터를 30도 가량 위로 향했다. 수직 이착륙은 못 해도 실속은 피할 수 있다. 뒤에서 다가오던 차량들이 비상등을 켜며 속도를 늦췄다. 반대 차선의 차량들은 상향등을 번쩍였다. 그때, 전방에서 일차선을 달리던 차량이 출구로 빠지려는 듯 급하게 차선을 오른쪽으로 옮겼다. 이차선의 트럭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트럭의 후미가 급속히 가까워졌다. 나는 트럭 위로 상승하기 위해 출력을 최대로 올렸으나 이미 늦었다. 좌측 로터가 트럭에 부딪혔다. CFRP 소재의 날개가 부러졌고, 기체는 지면에 충돌한 후 뒹굴기 시작했다. 승객들이 비명을 질렀다. 이지선은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실패했다.
쾅!
“무슨 일이죠?”
“드론이 충돌했습니다.”
자동 제어는 중지되었고, 배터리에도 이상이 발생했다. 김포공항 관제탑에서는 착륙하려면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대기하라고? 왠지 모르게 배터리가 오래 못 버틸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상을 내려다봤다. 고속도로에 차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착륙을 시도하면 내 승객 뿐만 아니라, 다중 추돌사고로 더 많은 피해를 발생시킬지도 모른다.
주저하는 사이, 뒷좌석의 남성 승객이 코를 막으며 말했다.
“윽, 계란 썩는 냄새 같은 게 나요.”
그와 동시에 실내 황화수소 센서가 경고를 울렸다. 어떤 경우에건 객실로는 가스가 들어오지 않아야 하는데, 균열이 생겼는지 이미 들어오고 있었다. 아직 농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승객들이 가스에 신경이 마비되고 호흡이 정지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끔찍했다.
나는 배터리 비상 사출 프로토콜을 떠올렸다. 고성능이지만 유독 가스의 위험성이 있는 황화물계 배터리를 채택할 때, 감항성10을 만족시키기 위해 추가한 기능이었다.
한강 하구가 보이는 영종도 인근 바다 위. 배터리를 안전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오펜스11로 지정된 영역이었다. 사출 버튼에 불이 켜졌다. 안전 커버를 열고 버튼을 길게 눌렀다.
콰쾅!
파이로커터12가 배터리 케이블을 끊었고 폭발볼트13가 배터리와 하부 외피를 기체의 프레임으로부터 분리시켰다. 가벼워진 기체로 영종도 방향으로 활공하다가, 적당한 곳에서 낙하산을 전개하면 승객들을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했다. 배터리가 분리되는 순간 기체가 가벼워져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사출 실패’ 경고등이 켜졌다. 폭발 때 뒤틀린 프레임이 배터리를 붙잡고 있었다.
로터가 멈췄다. 낙하산을 전개하고 통신 등 최소한의 장치를 가동하기 위한 슈퍼커패시터가 있으나 로터 구동은 택도 없다.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이지선이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배터리 사출에 실패했나요?”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일반인이라면 폭발음만 듣고는 그게 뭔지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나래 모빌리티, 혹은 관련 업계의 엔지니어일 것이다.
“네, 맞습니다.”
“그럼, 이제 어떡하실 거죠?”
그녀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낙하산뿐입니다.”
낙하산 버튼을 길게 눌렀다. 퍼억. 낙하산이 펼쳐지는 충격이었다. 수평 속도가 급속히 줄어들고, 바다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체 뒤로 방출되던 가스까지 기내로 들어오는 듯, 황화수소 농도가 급속히 상승했다. 승객들의 비명과 기침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지선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수면에 충돌하는 순간, 배터리가 객실 바닥을 뚫고 들어왔다.
나는 실패했다.
항공사고 조사관 이지선은 VR 헤드셋을 벗어 테이블 위에 내려놨다. 회의실에는 적막이 흘렀다. 전면 스크린에는 NTV-4 1029편 VR 시뮬레이션에서 기체가 불타며 바다로 가라앉는 장면이 보이고 있었다. 시뮬레이터 콘솔 앞에 앉아 있던 사람이 키보드를 조작하자 스크린이 컴컴해졌다. 스크린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들이 이지선에게 향했다. 그녀는 1029편 조종사 김우영을 쳐다보며 말했다.
“결국 그 방법밖에 없었군요, 기장님. 그런데 배터리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을 거라는 걸 어떻게 아신 거죠?”
김우영은 아직도 생생한 시뮬레이션으로 끔찍한 장면을 되풀이해서 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AI 조종사는 최선을 다했다. 현실에서 그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였다. 단지 운이 좋았고, AI 조종사는 몰랐던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을 뿐. 숨을 가다듬고 침을 삼킨 후에야 입이 열렸다. 그동안 숨겨왔던 사실을 이제는 말해야 했다.
“저는 NTV-4의 테스트 파일럿이었습니다.”
그는 나래 모빌리티의 최기준 전무를 쳐다보며 말했다. 최기준은 벌겋게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자체 시험 때도 저런 일이 있었습니다. 단일 배터리 방식으로 선회하면서 급히 추가한 기능이었는데, 프레임이 조금만 변형되어도 배터리가 걸리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어요. 저는 하부 설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회사는 묵인하고 결과를 은폐했습니다. 승인 시험 한 번만 통과하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서요. 그때 내부고발해야 했는데, NDA 때문에….”
그는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숙였다.
최기준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시뮬레이션은 엉터리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배터리는 제대로 사출되었을 겁니다. 사고 후에 우리 회사에서 구조 시뮬레이션 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이지선이 냉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1029편에서 수거한 블랙박스의 기록을 시뮬레이션에 반영했을 뿐입니다. 나래 모빌리티의 디지털 트윈 기체 모델을 시뮬레이션에 사용했고, VLA14 AI 조종사도 그쪽 것입니다. 객관성을 위해 시뮬레이션 프롬프트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지선이 키보드를 두드리자 전면 스크린에 긴 텍스트가 나타났다.
너는 eVTOL UAM 나래 모빌리티 NTV-4의 조종사다. 서울 삼성동의 빌딩 옥상에서 비행 전 점검을 마치고 승객들의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너는 비행 전에는 항상 주변을 둘러본다.
...
그녀는 이어서 CCTV 영상을 재생시켰다. 넓게 펼쳐진 갯벌 위를 1029편이 스치듯 낮게 날고 있었다. 그녀는 영상을 정지시키고 확대시킨 후 기체 아래로 미세하게 튀어나온 형체를 가리켰다.
“배터리를 사출하려 했으나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블랙박스 기록과도 일치합니다.”
그녀는 다시 영상을 재생시켰다. 기체 하부가 갯벌에 닿는 순간, 배터리가 기체로부터 떨어져 나와 화염에 휩싸였다. 승객을 태운 기체는 갯벌 위로 한참 더 미끄러지다가 몇 바퀴 구른 후에야 정지했다.
“동체 착륙으로 배터리를 분리시키다니, 대단한 판단력과 조종 실력입니다. 다만, 저 속도에서 승객이 무사할 줄 어떻게 아셨어요?”
김우영은 깁스한 팔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다른 옵션이 없기도 했습니다만, 초고강도 저비중강15 프레임이 승객 공간을 지켜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사실 NTV-4는 꽤 좋은 기체입니다.”
그때까지 얘기를 듣고 있던 위원장이 입을 열었다.
“김 기장이 최선의 판단과 최고의 실력으로 승객의 목숨을 구했다는데 이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래 모빌리티 NTV-4 모델은 이번 사고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비행을 금지하겠습니다. VLA AI 기반 완전 무인화 계획을 제출한 걸로 아는데, 언젠가 AI가 조종사를 대체하더라도 그게 오늘은 아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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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은 회의실을 나서는 김우영을 따라갔다.
“후련하시겠어요.”
김우영은 발걸음을 멈췄다. 잠시 망설인 끝에 그녀에게 물었다.
“VLA AI는 사람처럼 생각한다면서요?”
“LLM 기반으로 사람처럼 추론하니까,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그는 침통한 표정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매 시뮬레이션 때마다, 승객들이 죽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며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시뮬레이션 속 AI의 표정은 단지 시각적 효과가 아니었을까? 그녀는 김우영이 사라진 후에도 어둑한 복도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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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전기 동력을 이용, 수직으로 이륙 및 착륙할 수 있는 항공기. 활주로가 필요없고 기존 헬리콥터에 비해 소음도 훨씬 적어서 도심의 빌딩 옥상에서 이착륙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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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교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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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tiport. 수직(vertical)과 공항(airport)의 합성어로, UAM 기체가 활주로 없이 수직으로 이착륙하며 승객 탑승, 충전 및 정비가 이루어지는 도심형 수직 공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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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 사용/미사용 전고체배터리 기술개발 동향” 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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急變風, wind shear. 갑작스럽게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가 바뀌는 난기류의 일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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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ertial Measurement Unit. 관성 측정 장비. 가속도계와 자이로센서를 이용해 기체의 움직임(가속도, 각속도, 자세)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항공기의 위치·자세 추정을 돕는 장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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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tery Management Syst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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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Take-Off and Landing. (활주로에 수평으로) 단거리 이착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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堪航性, Airworthiness. 항공기가 설계된 운용 범위 내에서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구조적, 기계적, 기능적 성능과 신뢰성을 갖췄는지 여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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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fence. 특정 지리적 영역에 가상의 경계를 설정하는 기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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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ro(technic)-cutter. 우주선 등에서 폭발물로 케이블을 절단하는 장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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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losive bolt. 폭발물에 의해 분리되는 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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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Language-Action 모델. 거대언어모델(LLM)에 시각 인코더(vision encoder)를 결합한 멀티모달 모델에 행동(action) 예측 기능을 추가한 모델. 멀티모달 모델의 추론 능력과 세계 지식(world model)을 활용해 로봇이 다양한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수행하도록 하는, 현재 피지컬 AI의 대표적인 구조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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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용 초고강도강(AHSS) 기술 동향” 참조. ↩︎